우리는 오늘 우리 시대를 향한 사명적 외침으로 또 하나 언론의 장을 열고자 한다. 홍수로 인해 마실 물을 찾는 이 시대를 향하여 맑은 샘을 파는 마음으로 언론의 새 장을 열고자 한다. 이 시대를 향한 우리의 소명에 순종하고 삶과 사유의 결론으로서의 또 하나의 매체를 세상에 내어놓으려 한다. 우리가 이 시대를 향해 할 수 있는 최고의 봉사로 또 하나의 등대를 세우려 한다.
오늘 우리는 정보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 온통 오염되고 더러워져 오물투성이의 정보가 강을 이룬다. 거짓된 뉴스보다 더 사악한 왜곡된 뉴스가 주류가 되어 시대를 농단하고 있다. 저마다 알 권리를 제공하여 건강한 사회 여론을 만든다고 기염을 토하지만 언론은 이미 흙탕물이 되어 건강한 시대정신의 흐름을 왜곡하고 국민의 사고에 착란을 일으키고 있다. 언론이 거대 권력인가 싶더니 이젠 괴물이 되어 건강한 시민 정신을 위협하는 흉기가 되었다. 병 주고 약 주는 때가 아니라 약은 못 주고 병만 주는 시대가 되었다. 정보를 만들거나 가공하는 이들을 시대의 오피니언 리더라고 생각하는 순진한 사람들을 더욱더 무서운 불신에 빠트려 버렸다. 과거에는 시청료를 거부하려던 특정 언론이 있었지만 이젠 모든 언론을 일단 의심부터 해야 하는 때가 되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는커녕 정보에 대한 조건 없는 불신을 가져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제공되는 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흙탕물뿐이라고 물을 안 마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흙탕물이라도 마셔야 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절박한 요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맑은 물 신선한 샘물은 생존을 위한 가장 절박한 요구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정말로, 정말로 맑은 물에 목마르다. 희고 검은 것을 가감 없이 말해줄 언론, 정의와 불의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줄 언론, 비판은 책임 있게 하고 칭찬에도 인색하지 않은, 문제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언론, 교만하지 않은 계도(啓導)로 여론을 만들 언론이 필요하다. 문화 현상을 왜곡 없이 비춰줄 정직한 거울로서의 언론, 여론에 영합하지 않으면서 군림하지도 않을 언론, 상업적 이유로 힘에 무릎 꿇지 않고 인기에 연연하여 여론에 무릎 꿇지 않을 언론이 필요하다. 문화 포퓰리즘에 오염되지 않고 대중(민중)을 일깨우기보다 그들의 이야기를 겸허히 들을 줄 아는 겸손한 언론이 필요하다. 사람들을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깔보며 그들을 계도의 대상으로 보는 오만에 빠지지 않고 독선적 정보나 문화로 문화 귀족주의에 빠지지 않을 언론이 필요하다.
이제 우리는 흙탕물 속에서 맑은 샘물을 파는 마음으로 수많은 정보의 홍수 가운데서 예언자적 시각으로 정보를 찾고 성서적인 혜안으로 시대를 조명하고 절대적 가치에 겸손하며 문제나 사건을 진리를 따라 해석할 언론의 새 장을 열고자 한다.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의 지침을 바로 제공하는 시대의 오피니언 리더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는 언론의 첫 삽을 뜨고자 한다. 사람을 살리고 사람을 세우는 것에 최고의 문화적 가치를 두는 또 하나의 사명의 도구로 새 언론을 시작하는 첫 장을 열고자 한다.
우리는 최고의 언론이 되기보다는 최선의 언론이 되고, 자신의 뜻을 펴는 도구이기보다는 보편적 정의를 펴는 도구가 되고, 단순한 정보나 의도된 사상을 심어주기보다는 삶의 방향을 보여 주는 언론을 지향할 것이다. 우리는 단순한 즐거움보다는 바른 가치를 세워주는 언론,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언론이기보다는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언론을 지향할 것이다. 수많은 언론, 정보의 홍수를 이루는 이 시대에도 왜 또 다른 언론이 필요한가에 대한 확실한 대답을 잊지 않을 것이며 왜 우리가 이 시대에 또 하나의 언론으로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마음에 둘 것이다. 사건이나 문제의 객관적 사실에 주의하면서도 그 사실 저변에 숨겨져 있는 사건과 문제의 진정한 의미를 살피는데 게으르지 않을 것이며 본질적 문제를 살피는 데 소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결코 힘이나 여론에 추파를 던지는 또 하나의 키치, 허드레를 만들지 않을 것이다.
이 모두는 우리가 가진 현실적인 능력이 아니라 아직은 소원임을 고백하며 이를 이뤄 가기 위해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의 간섭과 독자들의 적극적인 편달이 필요함을 겸손히 인정하며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일 것이다. 더 낮은 곳에서 우리의 소명을 감당할 것이다. 우리는 이 일을 시작하면서 “마음의 경영은 사람에게 있어도 말의 응답은 여호와께로부터 나오느니라”(잠언 16:1)는 성경 말씀을 기억한다. 그리고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욥기 8:7)는 말씀에 힘을 얻는다.
이만규 원로목사 (서울 신양교회)
[칼럼] 맑은 샘을 파는 마음으로
입력 2019-01-29 2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