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일본 초계기’ 강경 대응키로 했지만 아베 의도에 휘말릴 수도

입력 2019-01-25 04:00
일본 초계기(P-3)가 지난 23일 이어도 서남쪽 해상을 이동하던 대조영함 주변에서 근접 위협비행을 하고 있다. 초계기는 고도 약 60m로 날았다. 초계기 앞의 세로로 놓인 물체는 대조영함 통신 안테나다. 국방부 제공

군이 일본 초계기 위협비행에 강경 대응 방침을 세웠지만 일본의 군사력 강화나 개헌 야욕에 힘을 보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의 정치적 의도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일 양국 간 레이더·위협비행 갈등 자체가 일본 측 일방 주장으로 시작됐다. 아베 총리까지 나서서 쏘지도 않았다는 추적레이더(STIR)에 맞았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양국 간 갈등으로 부각된 측면이 크다. 일본이 양국 군 당국 간 실무협의를 통해 서로 오해를 풀 수 있는 사안을 의도적으로 쟁점화했을 개연성이 높다. 아베 정권이 보수층 결집을 노리는 것뿐 아니라 더 나아가 군대를 보유하고 전쟁을 일으킬 수 없도록 한 평화헌법 개정을 위해 한국 군 위협론을 과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이 지난해 중·일 정상회담을 갖는 등 관계개선 시도를 하고 있는 와중에 군사력 강화를 위한 카드로 한국과의 군사 갈등을 활용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일본은 2013년 1월 중국 군함이 일본 구축함에 사격용 레이더를 조준했다면서 갈등을 촉발시킨 바 있다. 한·일 간 레이더·위협비행 갈등 때와 마찬가지로 당시에도 아베 총리가 직접 “일방적인 도발”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군 소식통은 24일 “지금까지 한국 정부가 군 당국 차원에서만 맞대응을 해온 것도 일본의 저의를 의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군 안팎에서 거론되는 우리 해군의 경고사격이나 초계기의 맞불 위협비행 등은 군사적 충돌 위험이 크다. 군은 지난달 20일 일본 초계기 위협비행 후 대응행동수칙을 보완했다. 이 수칙은 ‘경고통신→추적레이더 가동→경고사격을 비롯한 함정 무기체계 가동’으로 요약된다. 만약 일본 초계기가 또다시 수차례 경고통신을 무시한 채 저고도 근접 위협비행을 감행할 경우 군은 경고사격에 이어 실사격까지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양측은 되돌리기 어려운 군사적 충돌 사태로 치달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맞대응 위협비행 계획을 묻는 질문에 “검토해볼 수는 있겠지만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일본의 추가 위협비행에 대비해 강경 대응책이 이미 다각도로 검토된 상황”이라며 “향후 군 최고위급 의사결정 과정 등을 거쳐야 실행 여부가 확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초계기를 비롯한 해상 전력은 일본이 한국보다 강하다. 한국 해군은 P-3 초계기 16대를 보유하고 있지만 일본은 P-3 80여대와 P-1 30여대 등 110여대를 확보해 운용 중이다. 특히 지난달 20일과 지난 18일 위협비행을 한 일본 P-1 초계기는 우리 군의 P-3보다 최대속력과 항속거리에서 더 나은 성능을 갖췄다. 나아가 일본은 지난해 12월 방위대강 및 중기 방위력 정비계획을 세워 육상·해상·지상뿐 아니라 미래 우주전쟁에 대비하고 사이버 및 전자전 능력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일각에선 미국을 연결고리로 한 한·미·일 군사 협력이 느슨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동안 3국은 북한 핵·미사일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한·미·일 미사일 경보 훈련 등을 통해 북한 도발에 대비해 왔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