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급증하는 디지털 성범죄를 막기 위해 불법촬영물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24시간 상시 전자심의체계 구축 등을 담은 웹하드 카르텔 방지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관련 예산은 국회에서 전액 삭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24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조정회의를 열고 ‘불법음란물 웹하드 카르텔 방지 대책’을 마련했다. 웹하드 카르텔 근절, 불법음란물 생산·유통의 신속 차단 등이 골자다. 웹하드 카르텔이란 디지털 성범죄를 방조하고 부당한 수익을 벌어들이는 헤비업로더-웹하드-필터링업체-디지털 장의사의 유착관계다.
대책에는 방심위의 역할 확대가 포함됐다. 정부는 방심위에 불법촬영물에 대한 24시간 상시 전자심의체계를 구축하고, 불법음란물 유통이 많은 성인게시판은 방심위 심의로 삭제하게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불법촬영물의 유통·확산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성범죄대응팀’을 ‘디지털성범죄심의지원단’으로 확대키로 했다.
문제는 방심위에 배당된 공식 예산이 한 푼도 없다는 점이다. 방심위가 지난해 꾸린 디지털성범죄대응팀은 다른 팀에서 1~2명씩 차출해 급조한 팀이었다. 특히 요즘은 불법영상물이 해외서버로 옮겨지고 있다. 유일하게 접속차단 권한이 있는 방심위가 관련 예산 없이 운영되면 피해자가 겪는 고통의 시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방심위는 지난해 처음 디지털 성범죄 예산 26억4500만원을 신청했지만 이달 초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에서 전액 반영되지 않았다. 방심위는 이 예산으로 불법촬영물 모니터링 강화, 전자심의를 통한 상시 심의체계 구축 등에 사용하려 했었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대책과 거의 동일하다.
방심위 관계자는 “현재는 (대책을) 바로 추진할 수 없다. 예산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장기적으로 내년까지 바라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여성가족부 등의 모니터링 결과가 넘어올 텐데 이를 처리할 방심위 인력은 그대로”라며 “현재 디지털 성범죄 영상을 3일 내에 처리하는데 양이 늘면 이마저도 힘들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자심의 시스템을 도입하면 1시간 안에 영상 삭제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매번 오프라인에서 심의회의를 열어야 한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에 대한 우려도 있다. 정부는 웹하드·필터링·디지털 장의업체 상호 간의 주식과 지분 소유를 금지하고, 필터링 등 기술적 조치를 이행하지 않으면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웹하드 업체 등이 불법촬영물 유통을 알고도 조치를 안 취하면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도 부과키로 했다.
서승희 한국사이버폭력대응센터 대표는 “수익에 비해 과태료 2000만원은 턱없이 적다”며 “기술적 조치 이행 여부 역시 경찰이 압수수색을 해 로그기록을 봐도 증명하기 어렵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유통됐다면 처벌하는 방안도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상호 간 주식 소유 금지에 대해서는 “이미 실소유주들은 서로 분리돼 큰 의미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중혁 이사야 기자 green@kmib.co.kr
정부, 불법음란물 차단 대책 내놨는데… ‘예산 0원’ 몰랐나
입력 2019-01-25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