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자신의 선거 캠프 특보 등록 논란이 있는 조해주(64·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의 임명을 강행했다. 청와대는 ‘헌법기관 공백 최소화’를 이유로 들었지만, 야당이 거듭 강력 대응을 예고한 상황에서 강공책을 택해 ‘협치’의 다리를 스스로 끊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당장 “국회 일정 보이콧”을 선언하고, 바른미래당과 공조해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가뜩이나 먹구름이 끼어 있던 정국은 더욱 얼어붙게 됐다.
문 대통령은 오후 4시쯤 청와대 본관에서 조 위원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국회가 인사청문 기간이 지나도록 인사청문회를 개최하지 않았다”며 “문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국회의 합의를 기다렸으나 무산돼 안타까워했다”고 말했다.
조 위원은 현 정부 들어 인사청문보고서 없이 임명된 8번째 장관급 인사로 기록됐다. 국회 청문회 절차 자체가 생략된 채 임명된 사례는 조 위원이 처음이다.
조 위원이 임명장을 받던 시각에 한국당은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 정권이 정말 해도 너무한다”며 “지금부터 모든 국회 의사 일정을 거부한다”고 선언했다. 또 “이 정부는 한마디로 사법부와 선관위에 이르기까지 좌파 독재로 이끌겠다고 보여줬다.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국회 본관에서 릴레이 연좌농성에도 돌입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조 후보자 임명 강행 시 앞으로 여야 관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낙하산 인사의 ‘끝판왕’이자 헌법 파괴 행위를 일삼는 폭주 행위”라고 지적했다. 민주평화당은 “국회를 기다렸다고 하나 현 정권 들어 벌써 8번째 임명 강행”이라며 “국회를 무시한다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는 논평을 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이채익 한국당 의원과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청와대 인사수석실 실무자의 증인 출석 요구를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까지 청문회를 개최하려 했으나, 여당은 모든 접촉을 끊고 후보자 검증을 방해했다”고 규탄했다. 두 의원은 조 위원과 민주당 관계자 등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청와대 김 대변인은 “국회에 청문회가 열릴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줬다. 그 청문회 자체를 하지 않은 건 야당”이라고 응수했다. 이어 “산적해 있는 과제에 대해 야당에 현안을 설명하고 협조를 계속 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혜원 의원 ‘목포 투기 의혹’에 이어 조 위원 임명 문제까지 겹치면서 여야 갈등은 골이 더욱 깊어지게 됐다. 선거제 개편과 사법개혁 논의 및 카풀 문제 등 민생법안 처리도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국회에 조 위원 인사청문요청안을 제출했지만, 민주당이 발행한 ‘제19대 대통령선거 백서’에 조 위원이 문재인 후보 선거 캠프의 ‘공명선거특보’로 이름이 올라있는 것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야당은 선관위원 부적격 후보라며 반발한 반면, 민주당은 정치공세라고 맞섰다. 지난 9일로 잡혔던 인사청문회도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보이콧으로 파행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에 인사청문보고서를 지난 19일까지 송부해 달라고 재요청했지만, 증인채택 등을 놓고 여야가 접점을 찾지 못하다가 끝내 협상이 불발됐다.
지호일 박세환 기자 blue51@kmib.co.kr
조해주 선관위원 임명하자 野 “국회 보이콧”… 정국 급랭
입력 2019-01-24 19:03 수정 2019-01-24 2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