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회장 자택 101억↑… 신안 흑산면 주택은 3만원 올라

입력 2019-01-24 18:46

단독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의 과녁은 명확하다. 그간 시세 반영률이 현저하게 낮은 고가 주택(시세 15억원,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주택)에 화살이 꽂혔다. 고가 주택이 서울에 몰려 있는 탓에 용산·강남·마포구의 올해 공시가격 상승률은 30%를 웃돌았다. 표준단독주택 22만채 가운데 최고가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지난해 169억원에서 올해 270억원으로 상승했다. 무려 101억원이 단숨에 뛴 것이다. 공시가격 상승으로 고가 주택 보유자는 ‘부동산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증가를 피할 수 없다.

다만 주택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저가 주택은 ‘세금 폭탄’을 피했다. 정부는 중저가 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를 점진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실제로 표준단독주택 중 가장 싼 전남 신안군 흑산면의 한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155만원에서 158만원으로 3만원 올랐다.

국토교통부가 24일 발표한 ‘2019 표준단독주택 가격공시’를 보면 전국에서 공시가격이 가장 가파르게 오른 지역은 서울 용산구다. 지난해보다 35.40% 상승했다. 한남동을 비롯해 고가 주택이 밀집된 지역이다. 용산공원 조성사업, 한남 재정비 촉진구역 등 개발호재도 많아 최근 시세가 많이 뛰었다. 신세계 이 회장의 자택도 한남동에 있다. 강남구와 마포구도 상승률이 30%를 넘어섰다. 서초구와 성동구 역시 20% 이상 올라 상승폭이 큰 상위 5개 지역에 이름을 올렸다.

정부가 단독주택, 그중에서도 고가 주택을 표적으로 삼은 이유는 너무 낮은 현실화율(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아파트(공동주택)의 현실화율은 68.1%인 데 비해 단독주택은 51.8%에 그쳤다. 시장에서 같은 가격을 형성하는 주택이라도 공동주택이냐 단독주택이냐에 따라 세금 부담이 다른 것이다. 특히 거래가 드문 고가 단독주택일수록 현실화율이 더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대전 중구에 있는 한 단독주택의 시세는 3억원으로 추산되는데 지난해 공시가격은 2억원이었다. 현실화율은 66.6%다. 반면 서울 마포 서교동의 한 단독주택은 시세 71억3000만원, 공시가격 15억3000만원으로 현실화율이 21.4%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올해 공시가격 상승률은 주택 가격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시세 25억원 초과 표준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은 36.49%나 치솟았다.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의 경우 21.10% 올랐다. 이와 달리 전체 표준단독주택의 98.3%(21만6000채)를 차지하는 시세 15억원 이하 단독주택의 공시가격 변동률은 5.86%에 그쳤다. 전체 평균(9.13%)에 미치지 못하는 상승폭이다.

이에 따라 일부 주택 보유자는 세 부담 증가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특히 올해부터 종부세 세율이 인상되고, 공정시장가액비율(공시가격 반영비율)도 점차 높이기로 한 만큼 세 부담은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경기도의 시세 13억8000만원짜리 한 단독주택의 경우 올해 공시가격이 7억8000만원으로 책정됐다. 지난해(6억8500만원)보다 13.87% 올랐다. 이 주택의 소유자는 올해 보유세로 214만6000만원을 내야 한다. 지난해보다 35만4000원(19.7%)을 더 부담하는 것이다.

일부에선 공시가격 현실화를 ‘세금 폭탄’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정부는 그간 반영되지 않았던 저평가분과 최근 시세 상승분을 반영해 조세 형평성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중저가 단독주택은 공시가격 변동률이 높지 않아 세 부담도 크게 늘지 않는다. 서울의 시세 4억4500만원짜리 한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은 2억7200만원으로 전년 대비 9.24% 올랐다. 올해 내야 할 보유세는 46만4000원으로 지난해보다 2만2000원 느는 데 그친다. 경남 거제시, 전북 군산시 등 공시가격이 오히려 하락한 지역에서는 세금이 줄어드는 주택 보유자도 있다.

또한 이번 공시가격 현실화가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 각종 복지 혜택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료는 과세표준을 기준으로 한 ‘재산보험료 등급표’에 따라 산출된다. 공시가격이 올라도 이전과 같은 등급이라면 건강보험료는 오르지 않는다. 예컨대 서울에 시세 10억4000만원짜리 한 단독주택은 공시가격이 6억3700만원으로 8.89% 올랐지만 등급에는 변함이 없다. 이 단독주택 보유자(건강보험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는 월 16만1000원으로 같다. 여기에다 보건복지부는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에서 재산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을 점차 줄여나갈 계획이다.

공시가격이 오르면서 일부 주택 보유자가 기초연금 대상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인정액 하위 70%에 지급된다. 소득인정액을 계산할 때 주택가격도 포함하기 때문에 공시가격이 오르면 수급자격을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탈락자가 나온 만큼 새로 수급 자격을 얻게 되는 사람도 생긴다. 오히려 공시가격을 현실화하면서 기초연금이 더 필요한 사람에게 지급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관심은 현재 진행 중인 공동주택 공시가격, 토지 공시가격에 쏠린다. 국토부는 가격조사, 검증, 의견청취 등 절차를 거친 뒤 4월 30일에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공시할 예정이다. 표준지 공시가격은 다음 달 13일 공개된다. 공동주택과 토지는 단독주택보다 현실화율이 높아 공시가격 상승폭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세종=정현수 기자, 김영선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