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재산을 여기에 걸었는데…, 진짜 울고 싶은 심정이죠. 가슴이 답답할 뿐입니다.”
24일 울산 남구 삼산동 농수산물도매시장 수산물 소매동 앞에서 만난 상인들은 한숨만 쉬었다. 이날 오전 2시1분쯤 이곳에서 불이 나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된 전체 면적 1021㎡ 규모 건물이 붕괴됐다. 소방 당국은 화재를 1시간20분 만에 껐고 인명피해도 없었으나 건물은 처참했다. 시장 천장은 완전히 내려앉아 현장에는 잿더미만 남았다.
난간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목 놓아 흐느끼던 한 할머니는 동료 상인의 부축을 받고 겨우 걸음을 옮겼다. 설 대목을 앞둔 시점이어서 수산동 상인뿐만 아니라 도매시장 전체 상인들이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한 상인은 “불이 났다는 소리를 듣고 달려왔는데 이미 모든 게 타버린 상태였다”고 눈물을 훔쳤다.
수산물 소매동에는 생선가게는 물론 고래고기 판매점과 횟집까지 78개 점포가 있었지만 이번 불로 모든 점포가 탔다. 소방서 추산 피해 규모는 13억5000만원이라고 발표됐지만 설 연휴를 앞두고 미리 물건을 확보해 놨던 상인들의 피해액은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생선을 팔았던 김정자(70) 할머니는 “가게마다 물건값만도 수천만원이고 각종 설비 등을 합하면 억 단위가 넘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경찰은 화재 발생 직전 불꽃이 튀었다는 목격자 진술 등에 비춰 누전으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30년이나 된 건물이어서 각종 전선이 뒤엉켜 있었고 수산물시장 특성상 습기가 항상 차 있었던 점도 누전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이날 화재 현장을 찾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피해 수습이 최우선”이라며 “상인들의 피해 지원 방안과 대책을 우선적으로 마련하라”고 울산시에 주문했다. 송철호 울산시장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신속한 대응 조치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
“내 모든 것이었는데…” 잿더미 속 가슴 뜯는 상인들
입력 2019-01-24 19:26 수정 2019-01-24 2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