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모든 것이었는데…” 잿더미 속 가슴 뜯는 상인들

입력 2019-01-24 19:26 수정 2019-01-24 22:08
울산 남구 삼산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24일 화재가 발생해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된 전체 면적 1021㎡ 규모의 수산물 소매동이 전부 타 붕괴됐다. 많은 이들로 북적였던 시장은 잿더미만 남았다. 뉴시스

“전 재산을 여기에 걸었는데…, 진짜 울고 싶은 심정이죠. 가슴이 답답할 뿐입니다.”

24일 울산 남구 삼산동 농수산물도매시장 수산물 소매동 앞에서 만난 상인들은 한숨만 쉬었다. 이날 오전 2시1분쯤 이곳에서 불이 나 철근콘크리트 구조로 된 전체 면적 1021㎡ 규모 건물이 붕괴됐다. 소방 당국은 화재를 1시간20분 만에 껐고 인명피해도 없었으나 건물은 처참했다. 시장 천장은 완전히 내려앉아 현장에는 잿더미만 남았다.

난간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목 놓아 흐느끼던 한 할머니는 동료 상인의 부축을 받고 겨우 걸음을 옮겼다. 설 대목을 앞둔 시점이어서 수산동 상인뿐만 아니라 도매시장 전체 상인들이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한 상인은 “불이 났다는 소리를 듣고 달려왔는데 이미 모든 게 타버린 상태였다”고 눈물을 훔쳤다.

수산물 소매동에는 생선가게는 물론 고래고기 판매점과 횟집까지 78개 점포가 있었지만 이번 불로 모든 점포가 탔다. 소방서 추산 피해 규모는 13억5000만원이라고 발표됐지만 설 연휴를 앞두고 미리 물건을 확보해 놨던 상인들의 피해액은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생선을 팔았던 김정자(70) 할머니는 “가게마다 물건값만도 수천만원이고 각종 설비 등을 합하면 억 단위가 넘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경찰은 화재 발생 직전 불꽃이 튀었다는 목격자 진술 등에 비춰 누전으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30년이나 된 건물이어서 각종 전선이 뒤엉켜 있었고 수산물시장 특성상 습기가 항상 차 있었던 점도 누전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이날 화재 현장을 찾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피해 수습이 최우선”이라며 “상인들의 피해 지원 방안과 대책을 우선적으로 마련하라”고 울산시에 주문했다. 송철호 울산시장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신속한 대응 조치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