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당 대표되면 총선 고전” 김병준, 전당대회 불출마 촉구

입력 2019-01-25 04:02
김병준(왼쪽)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당 전국지방의원 여성협의회 정기총회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황 전 총리를 향해 전당대회 불출마를 요구했고, 황 전 총리는 “나의 길을 가겠다”고 응수했다. 김지훈 기자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유력 당권주자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향해 공개적으로 2·27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친박(친박근혜)·탄핵 프레임 때문에 2020년 총선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와 보수 통합 저해, 당에 대한 기여 부족 등 이른바 ‘3불가론(不可論)’을 내세웠다.

김 위원장은 24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황 전 총리를 콕 집어 “출마 가능성과 관련해 걱정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먼저 “황 전 총리가 당대표가 되면 한국당이 친박·탄핵 프레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20년 총선에서 우리가 정부·여당을 공격하기에 앞서 상대가 우리를 공격할 것이고, 수도권 선거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당내 통합은 물론 보수 통합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위원장은 또 “황 전 총리가 당에 대한 기여가 없는 점도 마음에 걸린다. 갑자기 나타나 당대표를 너무 쉽게 얻는 것은 그 귀한 의미를 모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 황 전 총리를 겨냥해 ‘무혈입성’ 등의 표현으로 비판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김 위원장이 작심 발언을 한 것은 황 전 총리가 급부상한 뒤 전당대회가 다시 계파 구도로 흐르고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의 한 측근은 “황 전 총리의 등장으로 와해됐던 친박계가 다시 황 전 총리 주변으로 결집하고 있다. 지난 7개월간의 비대위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까봐 김 위원장으로서도 걱정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황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대선주자로 꼽히는 홍준표 전 대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향해서도 “전당대회 출마 대신 2020년 총선에서 험지에 출마해 당에 기여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자신도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우택·주호영·심재철 의원 등 당권주자들은 “이번 전당대회는 (킹이 아니라) 킹메이커를 뽑는 전당대회여서 대선주자가 나오면 안 된다”며 김 위원장 의견에 동조했다. 반면 3명의 대선주자들은 김 위원장의 요구에 응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황 전 총리는 “김 위원장 말씀은 당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하신 것”이라면서도 “저는 제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오 전 시장도 “당원의 판단을 받아야 할 문제”라고 했다. 홍 전 대표도 25~26일 대구와 부산을 돌며 사실상 당권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