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부의 돈풀기’가 1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정부소비가 전년 대비 5.7% 증가한다고 예측했다. 2007년(6.1%) 이후 최대치다. 내수 경기의 두 축인 투자와 민간소비가 꺾이는 상황에서 정부소비만 ‘나홀로’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가라앉는 경기를 ‘나랏돈’이 아슬아슬하게 지탱하는 모양새다.
한은이 24일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투자와 소비는 올해 증가세 둔화가 역력할 것으로 분석됐다. 2017년 한국 경제의 3% 성장은 내수 경기가 떠받친 측면이 있다. 지난해부터 이런 흐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2017년에 전년 대비 14.6% 증가했던 설비투자는 지난해 역성장(-1.7%)했다.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은 2.0%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설비투자 절벽’의 이면에는 반도체 쇼크가 있다. 대규모 투자를 하던 반도체 기업들이 조정 국면에 들어가면서 설비투자 지표도 꺾였다. 건설투자는 더 안 좋다. 주택 공급과잉,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축소 등으로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4.0%)에 이어 올해 건설투자도 -3.2%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투자 위축으로 올해 내수 경기의 운명은 소비에 달리게 됐다. 그런데 소비 역시 앞날이 밝지 않다. 한은은 지난해 전년 대비 2.8% 증가한 민간소비가 올해 2.6% 상승에 그치며 주춤할 것으로 관측했다. 그나마 민간이 지갑을 열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 지출은 급격히 증가할 전망이다. 한은은 2017년에 전년 대비 3.4% 증가했던 정부소비가 지난해(5.6%)에 이어 올해도 5.7% 늘 것으로 바라봤다.
한국 경제는 지난해에도 정부소비 덕분에 겨우 2.7%라는 성장률 수치를 사수했다. 올해도 경기 하락세를 ‘나랏돈’으로 방어하는 모습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올해 470조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할 방침이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부 돈풀기’가 유일한 대책
입력 2019-01-25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