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 농산물 불매운동 번지는데도, ‘버티기’ 들어간 군의원들

입력 2019-01-24 21:30
‘외유 추태’로 논란을 빚고 있는 경북 예천군의회 의원들이 지난 21일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 개최한 제225회 예천군의회 임시회에서 ‘군민들께 죄송하다’며 절을 하고 있다.

해외연수 도중 가이드 폭행 등으로 물의를 빚은 군의원들 때문에 설 명절을 앞두고 ‘예천 농산물 불매운동’이 고개를 들고 있어 농민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지역 농민들은 지역 이미지 실추는 물론 농산물까지 안 팔린다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지만 문제를 일으킨 의원들은 버터기로 일관하고 있다.

의원들의 해외연수 파문 이후 예천군의회 홈페이지에는 지역 농산물 불매운동에 동참한다는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서울시민’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의원들이 전원 사퇴하기 전까지는 예천군 생산 전체농산물 불매운동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이번 설 명절에는 예천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사지 않을 것이고 누가 줘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예천읍내 모 정육점은 최근 손님들이 의뢰한 선물용 한우세트 30개를 택배로 보냈는데 2~3일 뒤 15개가 반송됐다고 하소연했다. 지역 대표특산품인 참기름 제조업체 대표는 “예년에 비해 주문량이 30% 정도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예천 콩으로 만든 두부를 납품한다는 상인은 “매일 평균 10만원 정도 되던 수익이 최근 30% 수준으로 급격히 떨어졌다”며 “‘예천산’이라고 하면 안 가져가겠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과일도매상을 운영하는 한 군민도 “설 명절 대목을 노려야 하는 입장에서는 엄청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런데도 군의원들은 버티기로 들어가는 모양새다. 주초 군의회 윤리위원회가 시작됐지만 규정상 징계 대상자들의 소명 절차가 필요해 신속한 처리가 어렵다. 재적의원 3분의 2가 찬성해 제명되더라도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 최대 2년까지도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다.

농민단체와 자영업자들은 물의를 빚은 군의원은 물론 다른 의원들조차 수수방관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앞서 농민단체 회원 50여명은 지난 21일 예천군의회 제225회 임시회의가 열리는 군의회 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군 의원 전원사퇴를 요구했다. 이날 9명의 군의원 전원은 회의장 바닥에 엎드려 큰절로 사죄했으나 농민단체 회원들은 의원 전원 사퇴를 전제로 회의를 진행하라고 요구했다.

예천군 관계자는 “군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군이 지정 운영하는 예천장터를 중심으로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불매운동이 확산되지 않도록 다각도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예천=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