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만능 ‘엘리트 체육’ 개선 다짐에도… 불신의 시선

입력 2019-01-25 04:03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성)폭력 등 체육계 비리 근절대책 당정협의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모두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스포츠계 ‘미투(MeToo·나도 당했다)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금메달만을 목표로 하는 엘리트 체육 시스템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정부와 여당도 이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크다”며 반응이 싸늘한 편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4일 (성)폭력 등 체육계 비리근절 대책 당정협의를 열고 “성적주의 기반의 엘리트 체육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관계부처와 함께 학교 운동부의 근본적인 개선안을 마련하겠다”면서 “어린 선수의 인권과 학습권이 동시에 보장되게 성적 지상주의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엘리트 체육 시스템 개선 움직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부는 2016년 대한체육회와 생활체육협의회를 통합했다. 운동과 학업의 병행도 수년째 추진해 왔다. 하지만 그 효과는 체감하기 힘들다는 게 현장의 반응이다.

한 고교 농구부 감독은 24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운동에 올인해서 국가대표가 되거나 프로 진출을 목표로 삼는 선수가 있고,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려는 선수도 있다”며 “현 교육 방침과 정책에 따라 모든 선수에게 운동과 학업을 병행시키면서 모순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운동으로 성공하려는 학생의 학부모들이 나서서 ‘왜 훈련을 시키지 않느냐’고 항의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두 단체의 통합 시너지도 여전히 미미하다. 한 체육계 인사는 “두 단체 출신 간 알력과 파벌싸움이 통합 초기부터 계속돼 왔다”고 언급했다.

더욱이 도쿄올림픽을 불과 1년 남긴 마당에 엘리트 체육의 근간을 손대기도 쉽지 않다. 올림픽·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뜨거운 상황에서 성적이 부진했을 때 쏟아지는 비난을 이겨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우리나라가 24년 만에 일본보다 종합순위에서 밀리자 “체육 당국은 뭐했느냐”는 비난이 비등했다.

결국 엘리트 체육을 개선하기 위해선 국민들의 인식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스포츠를 눈앞의 메달이 아니라 전 국민의 건강 향상과 체육의 대중화로 바라봐야 한다는 얘기다.

박구인 이현우 방극렬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