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적으로 믿고 사셔야”… 증권사 보고서 ‘제목전쟁’

입력 2019-01-25 04:02

‘전적으로 믿고 사셔야 합니다.’ 신한금융투자 윤창민 연구원은 지난 21일 코스닥상장사 메가스터디교육에 대한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내면서 이런 제목을 달았다. 온라인 사교육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며 종목 매수를 추천하는 내용이었다. 인기 드라마 ‘SKY캐슬’에 등장한 유행어를 패러디한 제목이다. 극중 입시 컨설턴트를 맡은 배우 김서형은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라는 대사로 학부모들을 설득한다. 앞서 대신증권도 미디어 업종 관련 보고서의 제목을 ‘미디어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라고 달았다.

증권사 리서치센터 보고서는 딱딱하고 어려울 것 같다는 선입견과 달리 톡톡 튀는 유행어와 패러디가 수시로 쓰이고 있다. 2017년 말 가상화폐(암호화폐) 투기 열풍이 한창일 때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유행어 ‘가즈아’(가자의 신조어)가 자주 쓰였다. ‘신흥국, 더 가즈아’ ‘건설 업종, 이번엔 가즈아’ 등의 제목이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말 메리츠종금증권에서 ‘카카오 카풀 가즈아’라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연예인들의 발언도 자주 쓰인다. 배우 이병헌이 모델 이모씨에게 보냈다고 알려진 ‘너, 로맨틱, 성공적’이라는 문자메시지는 ‘DCT(듀얼클러치변속기), 환율, 성공적’ ‘연방준비제도의 문구삭제, 완화적, 성공적’ 등으로 변주됐다. 2015년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리메이크됐던 노래 ‘걱정 말아요, 그대’는 주가가 하락해도 걱정 말라는 취지로 많이 쓰였다.

증권사의 ‘제목 전쟁’은 매일 쏟아지는 수백건의 보고서 사이에서 조금이라도 더 눈에 띄기 위한 치열한 경쟁의 산물이다. 다만 ‘개미 투자자’의 시선은 마냥 곱지만은 않다. ‘매수 추천’이 압도적으로 많아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사 매수 보고서가 나오면 매도 시점’이라는 비아냥도 끊이지 않는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24일 “제목도 중요하지만 내용이 충실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애널리스트 교육 강화, 인력 충원, 회사의 투자 등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