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에 악재만 다가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전망하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또다시 하향 조정됐다. 1년 전 2.9%로 예상됐던 올해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7월에 2.8%, 지난해 10월 2.7%로 조금씩 내려 잡히더니 급기야 2.6%로 수정됐다. 세계 경기의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증가세 둔화가 나타난 데 따른 불가피한 수정 조치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4일 “지난해 10월 이후 3개월여간의 대내외 경제여건 변화를 고려해 새로 짚어본 결과, 올해 경제성장률은 2.6%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어 “글로벌 성장세 약화를 반영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낮췄다”고 덧붙였다. 미·중 무역전쟁, 중국 경제의 침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세계 경기의 약화 속도는 지난해 10월 예상 때보다 빨라진 실정이다.
이 총재는 “일부에서 우려하듯 급속한 경기 둔화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한은은 “향후 성장전망 경로 상의 불확실성이 높다”며 3가지 ‘하방 리스크’를 제시했다. 수출 증가세 둔화, 주요국 경기 둔화, 글로벌 반도체 수요 약화가 이어지면 지금보다 나쁜 환경이 펼쳐지는 일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경고다.
이 같은 시나리오는 영 어색한 얘기만은 아니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한국 기업의 수출은 지난해 4분기 들어 위축되기 시작했다. 이달 들어서도 사정은 나아지지 못했다. 한국의 최대 시장인 중국은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목표치를 밑돌며 세계에 ‘경착륙’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이런 상황에서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가격마저 떨어지자 경상수지 흑자에 대한 의구심마저 생겨나고 있다. 이 총재는 “하반기 이후 반도체 경기가 회복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면서도 “반도체 경기가 정말 본격적인 둔화 국면에 진입한다면, 우리 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의 경제전망에서 하향 조정된 경제지표는 성장률뿐만이 아니다. 취업자 수는 올해 중 14만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1년 전 한은 예상치는 29만명이었다. 제조업 고용은 자동차 업황 부진, 구조조정 지속 등으로 계속 부진할 것이라는 게 한은의 시각이다.
성장률 하향 조정을 일찌감치 예상한 금융시장이 오히려 의미 있게 바라본 지표는 물가상승률 전망치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을 지난해 10월 전망치(1.7%)보다 0.3% 포인트 떨어진 1.4%로 추산했다. 한은 관계자는 “국제유가 하락, 무상교육 확대 등 하방 압력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내수 부진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세계 경제가 ‘먹구름’으로 묘사되는 것처럼,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에는 690억 달러, 내년에는 670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게 될 것이라고 한은은 봤다. 또한 한은의 경제전망은 한국 경제의 잠재력 역시 하향 조정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한은은 성장률을 낮춰 잡으면서도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 흐름을 지속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은이 최근 밝힌 잠재성장률은 2.8~2.9% 수준이다. 숫자로만 보면 지난해 속보치(2.7%)나 올해 전망치(2.6%)가 모두 잠재성장률 범위를 이미 밑돈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잠재성장률이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한은 관계자는 “잠재성장률은 생산성, 자본·노동투입량을 감안해 그때그때 계산하는데 생산연령인구 등이 급속히 줄기 때문에 한은이 내부적으로 다시 작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제는 잠재성장률을 2.5~2.6% 정도로 낮춰 생각할 때”라고 진단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2.9→2.8→2.7→2.6%, 갈수록 떨어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
입력 2019-01-24 1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