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사법부 신뢰 회복이 급선무,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 분산 필요… 양 전 대법원장 재판절차 공정해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4일 구속 수감됐다. 전·현직을 막론하고 사법부 수장 출신이 구속된 것은 70여년 사법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다. 사법부의 최대 치욕이자 비극으로 역사에 기록될 만하다.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사법부 내 갈등도 가라앉지 않을 우려가 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양 대법원장은 박근혜정부 당시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청와대와 재판거래를 하고 특정 법관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물론 아직 유죄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를 놓고 법리적 다툼의 소지가 남아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재판에 개입한 적이 없고, 법관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았다고 계속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이 제 식구 감싸기를 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검찰 수사 결과를 법원 스스로 상당 부분 인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 그동안 법원은 재판거래 의혹과 관련해 부실한 자체 조사와 자료제출 거부, 압수수색영장 및 구속영장 기각 등으로 일관했다.
7개월이 넘는 검찰 수사를 통해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지만 재판을 통해 실체를 가려야 한다. 공정한 재판이 이뤄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고, 어떠한 성역도 있을 수 없다는 점을 입증하기 바란다. 제 식구 감싸기를 해서도 안 되지만 여론을 의식한다든지 정치적 고려를 해서도 안 된다. 오직 법과 원칙, 증거에 입각한 재판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양 전 대법원장도 증거가 조작됐다거나 후배 판사의 모함으로 일축할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밝혀야 한다. 자신의 법률 지식을 이용해 법망을 빠져나가려 할 경우 국민들의 실망은 더 커질 것이다. 진실을 밝히고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사법부 수장을 지낸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국민에 대한 도리다.
양 전 대법원장 구속을 계기로 사법부가 과거를 반성하고 잘못을 고치면서 새 출발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법원이 고민 끝에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도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고 곪은 부위를 도려냄으로써 추락한 사법부의 신뢰를 되찾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법부 내 문제점으로는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왜곡된 인사 구조 등이 꼽힌다. 사법개혁 논의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대법원장이 독점하는 사법행정 권한을 분산하는 등 제도개혁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사설] 사상 첫 전 대법원장 구속… 사법개혁 서둘러라
입력 2019-01-25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