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서울 도봉구의 한 재활복지센터에서 만난 김사랑(8·여)양이 재활치료를 받는 모습이다. 뇌병변 장애(2급)와 싸우고 있는 사랑이는 하반신을 온전히 움직이기 어렵다. 양팔을 바닥에 짚고 힘을 줘야 재활치료용 매트에 올라갈 수 있다.
태어날 때부터 하반신이 자유롭지 못했던 사랑이는 지난해 3월 세상과 마주하기 시작했다. 아킬레스건 등 8곳의 근육 강직을 제거하는 수술을 한 뒤 간단하게나마 직립보행이 가능한 수준이 됐다. 수술 직후부터 사랑이와 함께 훈련해 온 치료사는 “사랑이는 골반을 비틀며 걷는 경험 자체가 없기 때문에 발에 힘을 주며 걷는 방법부터 가르쳐야 한다”면서도 “이 정도로 상태가 호전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며 사랑이와 눈을 마주치며 웃었다.
학교에 가야 하는 나이, 8살. 무서울 법하지만, 사랑이는 학교가 궁금하다. 사랑이는 오는 3월 동대문구 휘경초등학교 입학이 예정돼 있다. 몸이 불편한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 어머니 이윤경(46·서울 온누리교회) 집사는 오히려 든든하다고 했다. 이 집사는 “사랑이의 성격이 워낙 밝아 처음에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는 비장애인 친구들과도 잘 어울린다”면서 “무섭기보다는 사랑이의 밝은 성격 덕에 든든하다”며 웃었다.
사랑이가 마냥 어리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추수감사절 예배를 앞두고서는 ‘깜짝 선언’을 했다. 온누리교회 대신 집에서 가까운 서울 동안교회에서 주일예배를 드리며 성가대를 하는 사랑이가 단상에 나온 뒤 ‘친구들과 부모님, 치료사 선생님들과 함께하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고 기도했다. 이 집사는 “사랑이에게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난 내용으로 기도드리자’고 했지만 ‘내가 생각해서 할게’라며 거절했다”면서 “생각도 성숙해지는 것 같아 기쁘다”며 사랑이를 빤히 바라봤다.
학교에 가기 전 사랑이는 세상을 공부하고 있다. 한강 유람선도 타고 시장에 가서 좋아하는 파프리카와 버섯도 고른다. 주일에는 보행보조기를 착용한 상태로 부모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교회에 간다. 몇 년 전 유튜브 동영상으로 혼자 깨우친 한글도 사랑이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 중 하나다.
사랑이의 꿈은 사진작가다. 카메라를 앞으로 내밀며 만져보라는 사진기자의 말에 얼굴이 붉어지며 고개를 홱 돌렸다. “아직 사진작가가 되고 싶은 이유를 말해주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카메라처럼 세상을 향해 계속 밝게 ‘들이대는’ 아이가 된다면 그만한 기쁨이 있을까요?” 한참 카메라를 외면하던 사랑이가 그제야 고개를 돌려 사진기를 쳐다봤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기적을 품은 아이들' 12회 차 성금 보내주신 분(2018년 12월 28일∼2019년 1월 23일/ 단위: 원)
△김영란 남산교회11여선교 김병윤(하람산업) 20만 △지찬민 15만 △하정숙 임대철 김전곤 조동환 장종현 김정숙 10만 △오삼숙 엄달성 연용제 신영희 김효선 황성열 임창태 김진원 5만 △강영호 4만 △이은율 3만2천 △김덕수 이종철 권경희 3만 △김진일 백승우 1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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