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김동일 목사] 역사와 신학의 두 눈으로 성경을 다시 보다

입력 2019-01-25 00:03
김동일 서울 생명찬교회 목사가 지난 16일 경기도 성남의 한 카페에서 ‘예수로 성경읽기’의 집필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성남=송지수 인턴기자
새 책 ‘예수로 성경읽기’(한국NCD미디어)를 어떤 책이라고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렵다. 하지만 일단 읽어보면 성경 전체를 꿰뚫어 이해하고 기독교 복음의 핵심을 깨닫는 데 도움이 된다. 성경 전체를 역사에 비춰보는 동시에 하나님의 언약과 계시라는 신학적 관점으로 읽어나가며 새로운 성경읽기의 방향을 제시한다. ‘역사의 창과 신학의 눈으로 새롭게 보는 계시’라는 부제대로다.

저자는 김동일 서울 생명찬교회 목사. 그는 2017년 미국에서의 25년간 목회를 정리하고 여생은 한국교회를 위해 일하겠다는 마음으로 귀국했다. 지난 16일 경기도 성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 목사는 “하루에 열 시간씩 카페에 앉아 집필했다”며 “지난 13년간 바이블 내비게이션 세미나에서 강의했던 내용이라 3개월이면 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1년이 걸렸다”고 했다.

책을 쓴 동기부터 물었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의 위기는 성경읽기의 문제에서 비롯됐다”며 “중세교회의 문제가 성경의 무용(無用)이었다면, 현대교회의 문제는 성경의 오용(誤用)”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린아이들이 잘 먹어서 살이 찐 것 같아도 어느 순간 보면 키가 훌쩍 커지고 성장하지 않느냐”면서 “한국교회도 살이 찐 어린아이로 남을지, 키가 크고 성장하며 어른이 될지의 기로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가 자유주의 신학의 영향으로 성경을 인간의 작품으로 이해하거나 복음주의라고 하면서도 번영신학이나 성공학, 심리학으로 얼룩진 성경읽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창세기 12장,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고향을 떠나라고 명령하는 대목을 구체적인 사례로 들어 설명했다. 그는 “한국교회는 그동안 이 명령에 순종한 아브라함을 영웅시하고, 우리도 그처럼 순종해서 형통의 복을 받자고 이 구절을 읽어왔다”며 “하지만 아브라함 당시 수메르 종교와 문화 속에서 이해해보면 아브라함의 순종은 결코 위대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 수메르 사회는 3000여개의 신을 섬겼고 신에도 계급구조가 있는 다신사회였다. 그래서 최고신은 왕을, 상위계급의 신은 귀족을, 하위계급의 신들은 평민을 돌본다고 생각했다. 평민은 자신을 돌봐주는 하위신을 가족신으로 섬겼다. 김 목사는 “당시 사람들에겐 여호와라는, 낯설고 처음 들어보는 신이 아브라함에게 가족신이 돼 돌봐주겠다고 약속한 것”이라며 “아브라함이라는 영웅의 출현이 아니라 아브라함을 불러내 언약을 주셨던 하나님의 위대하신 구원의 큰 계획으로 읽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고려대 역사학과와 총신대 신대원을 졸업하고 1992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척 스미스 목사의 갈보리채플 바이블칼리지에서 배웠고 97년 교회를 개척해 목회를 시작했다. 역사학도로서 책을 읽고 연구하던 태도가 성경읽기와 설교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번 책에서 그는 아브라함을 수메르·아카드 문명과 함께 읽어내고, 출애굽기는 이집트 문명, 신약은 그리스·로마 문명 속에서 비춰본다. 그는 “각 시대의 삶의 자리 속에서 주어진 하나님의 계시를 이해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읽어야 성경을 사람들이 읽고 싶은 대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대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목사는 동시에 통전적 관점, 특히 구속사적 관점에서 성경을 읽으면서 복음이라는 성경의 메타내러티브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책 제목이 ‘예수로 성경읽기’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

김 목사는 성경읽기가 달라질 때 그리스도인의 삶도 달라진다고 믿는다. 그도 예수로 성경읽기를 통해 교회가 사회의 영적 안전망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품게 됐다. 2003년 로스앤젤레스 은혜의방주교회에 부임해 이름을 생명찬교회로 바꾼 뒤 가난한 이웃을 섬기며 복음을 통해 생명을 나누는 목회를 해왔다.

올해 60세가 된 그는 한국교회가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하며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일에 헌신할 계획이다. 경기도 성남의 작은 옥탑방에 살면서 책을 쓰고 목회자와 평신도 대상의 세미나를 하며 살아가는 것은 이 때문이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는 그동안 예수 믿고 복 받아 고지를 점령하라거나 빈곤 같은 사회구조적 문제를 개인문제로 치부하는 등 잘못 가르쳐왔다”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서구사회에서 보이듯 기독교는 갈수록 주류가 아니라 소수로, 중심이 아니라 변방으로 밀려나게 될 것”이라며 “신자유주의 시대에 1%가 되기 위해 고지로 뛰어가라고 할 게 아니라 천천히 걸어가면서 울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이들을 품으며 함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성남=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