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의도적 도발 관측… 우리 함정 레이더 주파수 정보 노린 듯

입력 2019-01-24 04:03
우리 군 당국이 23일 일본 초계기의 위협비행에 강력 경고한 이유는 이를 의도적인 군사 도발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한·일 간 레이더·위협비행 갈등이 촉발된 지난달 20일 이후 모두 세 차례 우리 해군 함정을 위협하는 비행을 감행했다. 서욱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또다시 이러한 행위가 반복될 경우 우리 군의 대응행동수칙에 따라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자위권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점을 일본에 경고했다.

일본의 잇따른 위협비행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강경 대응 기조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아베 총리는 지난 1일 “레이더를 조사(照射)하는 것은 위험한 행위”라며 한국 정부를 향해 직접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그 이면에는 일본 내 보수층 결집에 군사적 갈등을 활용하려는 아베 정권의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베 내각 지지율은 지난달보다 4.2% 포인트 상승한 47.9%로 집계됐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일본 산케이신문 등이 22일 보도했다.

군사적으로는 일본 초계기가 한국 함정의 추적레이더 주파수 정보를 얻기 위해 일부러 근접비행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은 지난달 20일 P-1 초계기가 우리 해군의 광개토대왕함의 추적레이더에 조준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명확한 증거를 내놓은 적이 없다. 일본은 지난 21일 한국 광개토대왕함의 추적레이더 조사 증거라며 P-1 초계기에 수집됐다는 ‘레이더 탐지음’을 공개했지만, 우리 군 전문가는 탐지음 자체가 가공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일본 초계기가 지난 18일, 22일에 이어 이날까지 세 차례 근접비행을 반복적으로 실시하며 ‘결정적 증거’인 우리 함정의 추적레이더 주파수 정보를 빼내려 했다는 것이다.

일본 P-1 초계기는 지난 18일 울산 동남쪽 81㎞ 해상에서 이동 중이던 우리 해군 구축함 율곡이이함에 고도 60~70m로 1.8㎞ 거리까지 위협비행을 했다. 나흘 뒤인 지난 22일엔 일본 P-3 초계기가 제주 동남쪽 83㎞ 해상에 있던 우리 해군 상륙함 노적봉함과 군수지원함 소양함에 고도 30~40m에 거리 3.6㎞까지 접근해 비행했다. 하루 뒤인 이날 우리 군의 경고 통신을 무시한 채 대조영함 가까이에 붙어 돌아나가는 비행을 한 것도 추적레이더를 쏘도록 유도해 이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 했다는 것이다. 이런 비행은 관계당국 허가 없이 수면 상공을 150m 이내로 비행하는 것을 금지하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국제민간항공안전협약에도 배치된다.

일본은 우리 해군 함정의 레이더 체계 정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탐색레이더와 추적레이더를 명확하게 식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우리 해군은 일본의 최근 세 차례 위협비행에서 초계기를 향해 추적레이더를 가동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추적레이더 조준은 적대행위로 인식될 수 있으며 우발충돌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항공기의 적대적 의도나 행위가 명백히 확인될 경우 가동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는 일본 위협비행 직후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직접 일본에 경고하는 입장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하다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발표자를 바꿨다. 하지만 앞으로 또다시 일본 초계기의 위협비행이 감행될 경우엔 군사적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군 대응매뉴얼에 따르면 경고 통신 후에도 근접 위협비행이 계속될 경우 함장 판단 등을 거쳐 경고사격 후 실사격까지 가능하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