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기업 친화적 경제 행보를 이어가던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공정경제추진전략회의를 주재하고 “대기업의 중대한 위법에 대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가 지분을 가진 기업의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게 한 제도다. 경제 활성화와 별개로 대선 공약인 재벌개혁을 실현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회의에서 “공정경제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책임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를 통해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하게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상생경제는 대기업 자신의 혁신과 성장을 위해서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틀린 것은 바로잡고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정경제 법안 처리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공정경제를 위한 많은 법안들이 아직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며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국회에 다시 한 번 간곡히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 유통산업발전법 등 9개 법률안 제·개정을 요청했다.
보험과 택배, 정수기 렌탈 약관을 소비자 친화적으로 변경하는 방안도 회의에서 논의됐다. 정부는 준법·윤리경영을 유도하는 내부통제 시스템인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공공기관에 적극 도입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공공기관의 소극 행정이나 부작위(마땅히 해야 할 일을 일부러 하지 않음) 행정에 대해 문책하고 적극 행정을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에 이어 두 번째로 공정경제 회의를 연 것은 3대 경제정책 기조인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두루 챙기겠다는 구상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은 연초부터 스타트업 방문, 기업인과의 간담회 등 혁신성장에 방점을 둔 행보를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혁신성장뿐 아니라 공정경제 구축에도 신경쓰겠다는 뜻을 나타냈다”며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는 한편 불공정 갑질을 타파해 경제정책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도 “혁신과 포용도 모두 공정경제가 뒷받침돼야 이룰 수 있다. 혁신적 아이디어와 제품이 보호받지 못하면 혁신은 파묻히고 말 것”이라며 “우리 사회에서 갑과 을이라는 말이 아예 사라지도록 더욱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공정경제 성과를 위해 금융, 통신 분야에서 불공정 거래를 개선할 것도 함께 당부했다. 문 대통령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적극 행사를 지시하면서 한진그룹 등 대기업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다른 대기업으로까지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문재인 대통령 “대기업 위법에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적극 행사”
입력 2019-01-24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