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협상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상대하는 북한 측 협상팀 진용에 일부 변동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이끄는 통일전선부가 기존에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나섰던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 협상도 주도하기 위한 포석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기존 최 부상의 대미 외교라인과는 별도로 운영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 연설을 위성 중계로 진행한 뒤 기자들과 만나 “김영철(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지난주 워싱턴 방문으로 대화에 진전을 봤다”면서 “뿐만 아니라 비건 대표는 새로 지명된 북한 측 카운터파트를 만날 기회도 가졌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새로 지명된 카운터파트’가 누구인지 언급하지 않았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 18일 백악관 방문 당시 이 인물을 비건 대표의 협상 파트너라고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두 사람 사이에 별도의 실무 협의도 이뤄졌다고 한다.
외교가에서는 이 인물이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박철 전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참사일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김 전 대사와 박 전 참사는 김 부위원장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났을 때 촬영한 사진에 등장해 북·미 협상의 ‘뉴 페이스’로 주목을 끈 인물들이다.
김 전 대사는 에티오피아대사, 수단대사를 거쳐 2014년 북한의 초대 스페인대사로 임명됐다. 하지만 2017년 9월 스페인 정부가 북한의 잇따른 전략적 도발을 이유로 그를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상 기피인물)’로 지정하고 추방했다. 그는 북한으로 귀환한 이후 최근까지 북한에서 어떤 직책을 맡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박 전 참사는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재직 시절 동포담당 참사를 맡았다는 점에서 통일전선부 사람으로 추정된다. 재외동포 사업은 통일전선부가 지도하는 업무이기 때문이다. 박 전 참사는 올해 64세로 파악됐다. 박 전 참사와 안면이 있는 원형준 린덴바움 페스티벌 음악감독은 최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을 방문할 때 박 전 참사가 항상 공항영접에 나와 있었을 정도로 북·미 대화에 핵심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원 감독은 “박 전 참사는 평양에서 BBC라디오를 들으면서 영어를 익혔다”며 “2017년 11월 리기호 현 유엔 북한대표부 참사로부터 ‘박철 선생이 평양에 높은 자리로 승진했다’고 직접 들었다”고 전했다. 일부 외신은 박 전 참사가 노동당 통일전선부 산하 외곽기구인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비건 대표의 카운터파트는 최 부상이었다. 최 부상은 지난 19일부터 스웨덴에서 비건 대표와 2박3일간 합숙하며 실무 협상을 벌였다. 당시 최 부상은 수석대표로서 완전한 권한을 갖고 비건 대표와의 협상에 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최 부상도 현재까지는 직위나 담당 업무에서 별다른 변동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북·미 대화 주도권을 둘러싸고 외무성과 통일전선부 사이에 알력다툼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조성은 최승욱 기자 jse130801@kmib.co.kr
김혁철? 박철?… 비건 상대할 北측 ‘뉴 페이스’ 관심 집중
입력 2019-01-24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