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부동산 시장을 관통한 주요 이슈 중 하나는 ‘양극화’였다. 9·13 부동산 대책 전까지 천정부지로 뛰었던 서울 및 수도권 집값과 대조적으로 지방 부동산 시장은 불황이 장기화돼 상대적 박탈감이 컸다. 분양시장도 마찬가지여서 지방시장은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앓았는데 분양 불황 역시 점차 확산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국토연구원의 ‘시·군·구별 미분양 주택 위험 진단 지수(CMAX)’에 따르면 ‘경고 등급(CMAX 80 이상)’을 받은 지역이 지난해 5월 16곳에서 11월 19곳으로 증가했다. CMAX는 최근 2년간 발생한 미분양 최대값 대비 현재 수준을 백분율로 산출한 것으로 100에 가까울수록 미분양 발생에 따른 위험수치가 높다는 뜻이다. 수치가 80이상이면 경고, 60~80이면 주의 등급이다.
지역별로 보면 전체적으로 경기도 일대에서 주의·경고 등급 지역이 줄어든 대신 경남에 이어 경북으로 미분양이 확산된 경상도 지역, 미분양지수 최고치를 보인 속초(100) 등 강원 지역의 위험 등급 확산이 컸다. 특히 경북은 기존의 안동(94.2), 포항(85.6), 김천(83.0), 구미(72.3), 경주(61.5)에 이어 11월 경산(100)과 영천(97.1)이 더해져 주의·경고 등급 지역이 7곳으로 늘어났다.
주의 등급이 9곳에서 7곳으로 줄었지만 경북 구미 등은 경고 등급으로 상향됐다. 경기 남양주, 충남 천안 등이 주의 등급에서 해제된 반면 경북 김천, 강원 원주, 경남 사천 등이 주의 등급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전반적으로 분양 열기가 남아있는 수도권의 미분양 위험이 줄어들었지만 지방 미분양 추세가 점차 번지고 있는 상황으로 해석된다.
새해 들어 정부 규제기조와 거래절벽으로 매매시장 불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분양시장의 어려움이 수도권까지 확산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아파트 입주물량은 지난해보다 증가해 10만 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청약제도 개편에 따라 미뤄뒀던 대부분의 물량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지난해보다 30%가 넘는 물량 폭탄이 대기하고 있다. 대단지 입주와 역전세난이 반복될 경우 서울 및 신도시 예정지 등 일부 인기지역을 제외하고 분양시장 자체에 대한 관심이 크게 꺾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택사업자들이 체감하는 분양시장 경기 역시 당분간 나아질 게 없는 상황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1월 전국 분양경기실사지수(HSSI) 전망치는 67.2로 9·13 대책 이후 4개월 연속 60선에 머물렀다. 특히 그간 크게 흔들림이 없었던 서울(84.9)과 세종(83.3)마저 전월 대비 하락했다. 이어 광주(75.8), 인천(75.6), 경기(75.4), 대구(73.5), 대전(71.4) 순으로 70선 위에 있었으나 그 밖의 지역은 50~60선에 그쳐 기준치(100)을 크게 밑돌았다. 1월 분양경기 역시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는 의미다.
전국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8월 6만2370가구에서 9월 6만586가구, 10월 6만502가구, 11월 6만122가구 등 6만 가구 선에서 유지되고 있다. 주산연은 “전반적으로 뚜렷한 호황이 예상되는 지역이 없고, 당초 예정된 분양물량이 12월에 이어 연초에 일시적으로 집중될 수 있으므로 사업 추진 시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고 밝혔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시장 양극화 속 분양시장 불경기 ‘지방→서울’ 전이될까
입력 2019-01-25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