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이 남긴 교훈… “전통산업과 상생 모색하라”

입력 2019-01-27 18:07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전통산업과 신산업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다만 두 산업이 공존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남는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카풀 논란이 대표적이다. 택시업계와 카풀 업계 갈등은 택시기사 2명의 목숨을 앗아갈 정도로 격화됐다. 택시단체들은 카풀이 택시종사자 30만명의 생존권을 침해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카카오 측은 카풀 업체 럭시를 인수한 지 1년이 다되도록 정식 서비스 출시조차 하지 못했다. 앞서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럭시에 투자했다가 택시업계 반발과 규제 등으로 모빌리티 사업에서 손을 뗐다. 세계 최대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도 국내 진출을 시도했으나 2015년 물러났다. 국내 모빌리티 기업들이 발만 동동 구르는 동안 중국(디디추싱), 동남아(그랩) 등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해당 지역에서는 우버 부럽지 않은 경쟁력을 발휘하는 중이다. 상대적으로 한국 모빌리티 분야는 뒤처지게 된 셈이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전통산업과 신산업은 상생할 수 없을까? 카풀과 달리 협업하며 발전하는 분야도 있다. 숙박, 부동산, 핀테크 등이 그 예다. 관광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숙박업소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이 늘었다. 여행이 아니더라도 호캉스를 즐기는 이들도 급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야놀자’, ‘여기어때’, ‘트리바고’ 등 숙박 어플은 고객과 숙박업계를 연결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또 ‘다방’, ‘직방’ 등 부동산 어플도 마찬가지다. 1인 가구 증가에 맞춰 관련 업계를 해치기보다는 오히려 활성화시켰다. ‘토스’, ‘페이코’ 등 간편송금 어플과 카카오페이, 삼성페이 등 핀테크 분야도 기존 유통, 금융업계와 동반 성장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유도하고 있다.

경영자들도 포용적 성장이라는 키워드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달 5일 열린 2018 인터넷기업인의 밤에서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혁신이라는 것은 기존 산업, 관습 등과 다른 내용을 담고 있어 갈등 요소가 있다. 사실 IT 기업의 새로운 시도들은 일상생활에 편익을 주기 위한 것이지 기존 산업을 침범한다는 개념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안성우 직방 대표는 “저희가 시장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수요자들에 의해 시장이 파괴된 것이다. 저희는 플랫폼을 통해 기존 산업 종사자들을 돕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산업 간 공조와 노력 외에도 필요한 요소가 있다. 정부, 국회 등이 중재자로서 전통산업과 신산업의 충돌을 막아줘야 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전통적인 제조업을 살리고, 신기술·신산업도 육성하는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향후 기술 발전에 따라 산업 변화가 불가피하다”며 “신구 산업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현 쿠키뉴스 기자 dobes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