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패스트푸드점에서 무인계산기를 통해 햄버거 값을 지불하는 데 점차 익숙해지고 있다. 지난 연말에는 모바일 어플로 카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반대하는 택시 기사들의 ‘생존형’ 시위를 목격했다. 신간 ‘보통 사람들의 전쟁(The War On Normal People)’은 기술 혁명의 최전선으로 통하는 미국에서 일자리가 기계로 대체되는 현실을 추적한 보고서이자 대안을 담은 제안서이다.
변호사 출신 기업가인 저자 앤드루 양은 비영리기업 ‘벤처 포 아메리카’를 설립하고 지난 10년간 미국 주요 도시에서 신규 기업 설립을 도왔다. 그는 프롤로그에서 “앞으로 자율주행차가 등장하면 미국에서 220만~310만개의 관련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며 “대량 실업 사태가 오더라도 사회가 제 기능을 유지하도록 노동과 지출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가 책에서 말하는 ‘보통 사람’은 소득을 중심으로 줄을 세웠을 때 가장 중간에 선 사람들을 가리킨다. 사회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계층이다.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 없는 계산원, 점원, 상담원, 비서 등은 급여로 생활하는 이들이다. 이들은 직장이 있을 땐 그럭저럭 살지만 실직하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서는 자동화로 앞으로 7년 안에 1300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온다고 한다. 이미 제조업이 쇠퇴한 많은 도시는 폐허가 되다시피 하고, 동네마다 알코올 중독자, 가정 폭력범, 사회 부적응자가 늘어나고 있다. 실리콘 밸리의 억만장자들은 서민들의 폭동에 대비해 개인 방공호를 만든다.
저자는 이런 상황을 방치할 경우 사회의 혼란을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 삶과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저자는 앞으로는 사람을 관리하고 이해 당사자의 갈등을 줄이는 직업 등 대인관계 기술을 필요로 하는 직업군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런 직업을 가지려면 지적인 능력보다는 공감 능력과 창의성, 판단력이 중요하다.
또 저자는 “대량 실업에 대비해 일과 돈이 연계되지 않는 경제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전 국민에게 일정액을 지급하는 보편적 ‘기본소득제’를 제안한다. 기본소득제는 시장이 우리 각자에게 부여한 가치와 상관없이 사회가 돌아갈 수 있게 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더 늦기 전에 기본소득제를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강주화 기자
자동화 시대, 대량 실업 사태 대책은 ‘기본소득제’
입력 2019-01-26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