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손혜원 의원이 23일 목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직자 이해충돌’ 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조건부 사과’ 뜻을 밝혔다. 하지만 “투기 의혹은 목숨 걸고 싸우겠다”며 정면 반박했고, 목포에 건립 예정인 나전칠기박물관과 소유 작품을 국가에 기증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손 의원이 자청한 간담회는 목포 나전칠기박물관 부지에서 열렸다. 먼지가 풀풀 나는 폐공장으로, 나무 기둥이 얼기설기 덧대어 서 있고 흙바닥이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투기를 할 만한 곳이 아니라는 점을 의도한 연출로 해석된다. 손 의원은 “국가 전체를 시끄럽게 만드는 것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왜곡되고 악의적으로 쓴 뉴스들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제 목소리를 통해 생중계로 보여드리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어조는 시종일관 당당했고, 기자들의 질문에 공격적으로 반문하기도 했다.
손 의원은 야당이 제기하는 투기 의혹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국회의원들 너무 무식하다고 생각한다. 투기는 매매차익을 냈을 때 투기 아니냐”며 강경하게 부인했다. 그러면서 “제가 (목포에서) 떠나기를 바라는 음해 세력이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공직자 이해충돌 관련 질문이 나오자 한발 물러섰다. 손 의원은 “법적으로 안 걸려도 국회의원으로서 모르는 이익들이 제게 올 수 있는 게 있다면 그건 사과하겠다”며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해충돌은 제가 이익을 가지려고 할 때 문제가 되는데, 저는 뭐든지 내놓을 수 있다”며 “(나전칠기 작품과 박물관 등) 하나도 갖지 않고 다 드리겠다. 저를 믿어 달라”고 강조했다.
손 의원의 조카가 운영 중인 게스트하우스 ‘창성장’에 대해서도 국회의원 지위를 활용해 도움을 준 적이 없다고 했다. 대신 “지방 소도시에서 청년들이 활동하게 하려고 적법하게 증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 의원을 둘러싼 찬반 갈등은 기자간담회장에서도 연출됐다. 1시간30분여 간담회가 진행되는 동안 시민 100여명은 바깥에서 손 의원을 기다렸다. 한 시민이 ‘손혜원 목포 투기 의혹 밝혀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소리치자 주변 시민들이 “손혜원은 죄가 없다”고 끌어내며 충돌이 빚어졌다. 한 기자는 질문 도중 “기필코 이겨내길 응원한다”고 했고, 비판적 질문에는 어디선가 야유가 터져나왔다. 간담회를 마친 손 의원이 밖으로 나가자 시민들은 손 의원 이름을 연호했고, 그는 환한 얼굴로 손을 들어 인사했다.
목포 근대문화역사공간에 대한 언론의 집중 조명 탓인지 현지 여론은 다소 손 의원쪽으로 기우는 모습이다. 식당을 운영하는 문모(64)씨는 “손 의원이 박물관을 짓는다고 하는데 그렇게 해서 사람들이 오면 우리야 고마운 일”이라며 “거래가 없어 부동산 중개업소도 2개밖에 없는 동네인데 투기는 아니지 않겠느냐”고 했다. 철물점을 운영하는 장모(73)씨는 “이 동네는 60년대 이후로 집값이 떨어지기만 했다. 손 의원이 아니면 누가 여기 와서 건물을 사겠느냐”고 했다.
손 의원의 또 다른 조카가 운영하는 ‘손소영갤러리’는 10여석의 자리가 종일 가득 찼다. 뉴스를 보고 찾아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손 의원님, 꼭 싸워서 이기세요’ 등 손 의원을 응원하는 포스트잇 여러 장이 나붙었다.
목포=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목포 폐공장서 투기 의혹 반박한 손혜원… “이해충돌 있다면 사과”
입력 2019-01-24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