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게 저녁 있는 삶 드리자”… 노영민, 대면보고 축소 지시

입력 2019-01-24 04:00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앞으로 청와대 참모들의 문재인 대통령 대면 보고와 현안 보고서가 대폭 줄어든다. 밤늦게까지 관저에서 보고서를 검토하는 문 대통령의 피로도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참모들의 ‘인(人)의 장벽’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노영민(사진) 대통령 비서실장은 23일 청와대 직원들에게 대통령 대면 보고 축소, 보고서 감축을 지시했다. 지난 8일 비서실장 부임 후 2주간 청와대 업무를 지켜본 결과 국정운영을 위한 대통령의 개인시간 확보가 절실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또 청와대 외부 각계 인사들과의 대화나 현장방문 일정 확보를 위해서도 보고의 ‘총량’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봤다.

대신 각 부처 장관을 비롯한 내각의 대면 보고는 확대키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 실장이 청와대 비서실의 보고체계를 검토한 후 이같이 결정했다”며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대통령 삶에 쉼표를 좀 찍어주자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에게도 저녁이 있는 삶을 드리자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보고서에 파묻혀 살다시피 했다. 특히 북핵 정상외교가 본격화되면서부터 순방 중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도 쪽잠을 자며 보고서를 읽었다. 지난해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때 북한의 대남 특사 파견을 시작으로 국가안보실과 국가정보원 등으로부터 수시로 보고를 받았다.

해외 순방이나 주요 행사 일정 시 연설문 역시 밤새도록 손보기 일쑤였다. 최근에는 경제 일정을 확대하면서 업무가 가중됐다. 일부 참모들은 늦은 시간에도 관저를 찾아 보고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매일 오전 참모들과 갖는 티타임에서도 한 차례 이 문제가 거론됐는데 문 대통령은 “그래도 공부는 됩니다”라고 넘어갔다.

결국 노 실장이 문 대통령에게 보고량을 줄일 것을 건의했고, 문 대통령이 수용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노 실장이 공개적이고 강제적인 방법으로 보고서를 줄이기 위해 업무지시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앞으로 중요도가 떨어지는 사안은 비서실장과 정책실장, 국가안보실장 선에서 ‘전결’로 처리된다. 한편에선 박근혜정부에서 기승을 부렸던 문고리 권력 부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 등 경제정책 기조에 반대하다 최근 사의를 표명한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후임으로 이제민(69)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를 임명했다. 경남 합천 출신의 이 부의장은 경북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또 경제과학특별보좌관을 신설하고 이정동(52)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를 위촉했다. 이 특보는 대구 출신으로 서울대 자원공학과를 졸업했다. 한국생산성학회 회장, 한국기업경영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이다. 문 대통령은 이 특보의 저서 ‘축적의 시간’과 ‘축적의 길’을 모두 읽고 감명을 받았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