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홍준표 김무성도 가세 조짐, 판 커지는 한국당 전당대회

입력 2019-01-24 04:00
김무성(오른쪽) 자유한국당 의원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당 중진의원회의에 나경원(오른쪽 두 번째) 원내대표 등과 함께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 의원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을 내비쳤다. 최종학 선임기자

다음 달 27일 열리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의 판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양강 구도를 예측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당초 출마 가능성이 낮다고 여겨졌던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홍준표 전 대표, 김무성 의원까지 출마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전당대회 구도가 요동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뚜렷한 맹주 없는 한국당에서 자천타천 거론되는 출마 후보자만 10명을 넘기면서 당분간 당권 경쟁에서 ‘군웅할거’(群雄割據·여러 영웅이 각자 위치에서 위세를 부림)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 위원장은 23일 “당이 미래로 가느냐, 과거로 가느냐. 그리고 2020년 총선을 잘 치러야 하는데 과연 공세적으로, 또는 수세적으로 치르느냐 하는 문제와 관련해 생각이 정리됐다”며 “24일 비대위회의 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김 위원장의 당대표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전당대회 관리 책임이 있는 그가 출마할 경우 ‘심판이 선수로 뛴다’는 비판이 불가피하지만 김 위원장의 출마 고려는 ‘황교안 대세론’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많다. 김 위원장은 황 전 총리가 당대표가 되면 한국당이 총선을 앞두고 또 다시 탄핵 프레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를 많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분간 유튜브 방송 TV홍카콜라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홍 전 대표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전당대회 출마를 고심 중이다. 그의 한 측근은 “홍 전 대표가 전당대회 이후 정치 상황과 2020년 총선 구도까지 고려해 출마 여부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오는 30일 출판기념회에서 최종적인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당초 전당대회 불출마 입장을 밝혔던 김무성 의원도 “화합과 통합의 전당대회가 돼야 하는데 이전투구 구도가 될까 걱정된다”며 “(당의) 위기가 오면 나서겠다”고 말했다.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황 전 총리 당선을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너도 나도 황 전 총리의 대항마를 자처하는 것”이라며 “전당대회가 축제가 아니라 위기라는 생각이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선출되는 당대표가 이변이 없는 한 총선 공천권을 쥐는 것은 물론 2022년 대선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점도 당권주자들이 출마 카드를 쉽게 버리지 못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당대표 선거가 다자 구도로 전개될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 세력 표심이 황 전 총리와 정우택·김진태 의원으로 나뉘어 김 위원장이나 홍 전 대표가 유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황 전 총리에 반대하는 당권주자들이 단일화에 실패하면 황 전 총리가 오히려 유리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다음 달 12일 후보 등록을 앞두고 후보 간 단일화나 최고위원 출마로 선회하는 주자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선의 안상수 의원과 재선의 김진태 의원은 국회에서 당권주자 중 처음으로 당대표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안 의원은 출마 선언에 앞서 ‘계파정치’ ‘대권주자 비켜’ 등이 적힌 종이판을 직접 주먹으로 격파하는 퍼포먼스를 벌였고, 김 의원은 국회의사당 앞 계단에 모인 약 3000명의 지지자 앞에서 출마 선언을 했다. 김 의원은 황 전 총리를 언급하며 “황교안은 황교안이고, 김진태는 김진태”라며 “정치 짬밥은 제가 더 많다”고 강조했다.

전당대회가 과열 양상을 보이자 일찍부터 당권 도전을 준비해온 중진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대권주자 불가론’을 내세우며 견제 움직임을 보였다. 주호영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대선주자가 당대표가 되면 다른 대선주자들과의 갈등과 분열이 불가피하다”면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주자들은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심재철 의원도 황 전 총리가 박근혜정부 마지막 총리였다는 점을 거론하며 “대통령 탄핵은 총리 탄핵”이라고 공세를 폈다. 당초 당권 도전이 예상됐던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갈등과 분열의 작은 불씨라도 제가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종선 심우삼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