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법원에 파산과 회생을 신청한 기업(법인)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4개 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기업은 807곳으로 전년(699곳)보다 15% 증가했다. 이는 역대 최다였던 2016년보다 9.1% 많은 수치다. 회생 신청 기업 역시 전년보다 12% 증가한 980곳으로 역대 최다치(2016년 936곳)를 갈아치웠다. 수도권에서는 자동차와 스마트폰 부품업체들의 파산 및 회생 신청이 많았다. 현대자동차 1차 협력사, 한국GM의 1차 협력사 등이 잇따라 법인 회생을 신청했다. 창원 인천 울산 광주 등에서는 조선 중공업 기계 철강 등 전통적 ‘중후장대’ 제조업의 파산과 회생 신청이 많았다.
기업회생 절차와 파산을 신청하는 기업이 많은 게 꼭 나쁜 것은 아니다. 경쟁력을 잃고 혁신에 실패한 기업은 퇴출되고 신생 기업이 들어서는 게 자본주의 발전 기제다. 하지만 시장에서 퇴출하는 기업을 대신할 신생 기업의 비중도 계속 줄고 있는 게 문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에 따르면 종사자 수 10명 이상 사업체 가운데 창업 5년 이하 신생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5년 51%에 이르렀지만 2014년엔 28%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특히 채무재조정을 통해 재기하려는 기업(회생)보다 아예 사업을 접겠다는 기업(파산)이 많아졌다는 것은 현장의 암울한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내 최대 파산·회생 처리 법원인 서울회생법원에서 기업 파산 신청은 2017년과 2018년 각각 351건, 401건으로 회생 신청(각각 324건, 389건)을 앞질렀다. 이전에는 법원에 회생을 신청하는 기업들이 파산 신청 기업보다 많았다고 한다.
파산과 회생 신청이 느는 이유는 업황 부진과 인건비 증가 두 가지다. 조선 자동차 스마트폰 제조업에서 원청업체의 발주가 줄면서 대기업의 1·2차 협력업체까지 무너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게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로제로 인한 인건비 상승이다. 연초부터 최저 시급이 추가로 10.9% 올랐고 수출 경기도 더 나쁠 공산이 커 올해 사업을 접는 기업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에서 소득주도성장의 악순환을 끊겠다는 신호는 나오지 않으니 답답할 뿐이다.
[사설] “아예 기업 접자” 역대 최다… 암울한 한국 제조업
입력 2019-01-24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