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바라보는 인공강우 실험

입력 2019-01-24 04:00
23일에도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렸다. 서울 부산 광주 등 전국 곳곳에 주의보가 내려졌다. ‘삼한사미’가 공식처럼 굳어지면서 사람들은 차라리 추위가 찾아오기를 기다리며 겨울을 보내고 있다. 환경부가 업무 평가에서 최하위 판정을 받고,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부진한 정책성과를 사과하고, 문 대통령이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하라”며 질책성 주문을 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그동안 숱하게 내놓은 미세먼지 대책의 효과를 국민은 체감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공강우 실험을 진행한다는 소식이 눈길을 끈다. 환경부와 기상청은 중국발 미세먼지를 인공강우로 차단하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25일 서해상에 기상항공기를 띄우기로 했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방법인 데다 우리 기술 수준도 그리 높지 않은 터라 실현될지 불확실하다. 그럼에도 이 실험에 주목하는 건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과 다르지 않다. 늘 예상되는 범위 안에서 판에 박힌 형태로 추진됐던 정부의 미세먼지 대응책 가운데 그나마 새로운 시도이다.

기상항공기는 서해 먼바다 위를 남북으로 비행하며 인공강우 물질인 요오드화은 연소탄 24발을 터뜨리게 된다. 그것이 구름 발달과 강수 생성을 유발하는지, 미세먼지 농도에 변화가 생기는지 관측하고 효과를 분석한다. 이런 실험을 올해 15차례 진행키로 했다. 중국과 태국에서 인공강우를 이용한 미세먼지 해결을 시도했으나 아직 공식적인 성공 사례는 없고 우리의 인공강우 기술력은 세계 최고라는 미국의 70% 정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가뭄을 비롯한 여러 환경 문제를 감안할 때 충분히 연구할 가치가 있는 기술이며, 비록 실패하더라도 최소한 정책 입안자들이 창의적인 접근법에 눈을 뜨게 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조 장관은 환경부 간부들에게 “엉뚱한 것이라도 좋으니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미세먼지 대책을 내놓자”고 주문했다고 한다. 건축물 외벽에 미세먼지 흡착 효과가 있는 도료를 바르면 어떠냐는 아이디어를 직접 내기도 했다. 미세먼지는 타성에 젖은 정책으로 통제할 수 있는 선을 이미 넘어섰다. 발상의 전환과 과감한 실행이 필요하다. 기존에 내놓은 정책도 효과를 끌어낼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과 파격적인 추진 방안을 다시 고민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