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과 주차갈등… 열었더니 풀리더라

입력 2019-01-25 19:03
픽사베이
신현가 인턴기자
주차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주민에게 교회 주차장을 무료로 개방한다면 교회는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지역사회를 도울 수 있다. 수원제일교회(왼쪽)와 수원중앙침례교회의 주차장 모습. 수원=강민석 선임기자
주차 공간이 넉넉하지 않은 지역에서 주차난은 주민들 사이에 예민한 문제이다. 교회의 주휴 시설을 주차장으로 개방해 지역사회의 필요를 채워주는 공적 역할을 하면 어떨까. 지역 속으로 파고들면서 기독교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경기도 수원에 있는 5개 교회는 지난해 수원시청과 ‘주차장 공유 사업’에 대한 협약을 맺고 지역민에게 주차 공간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주차장 관련해 시와 교회가 협력한 최초의 모델이다.

수원제일교회(김근영 목사)가 있는 경기도 수원 팔달구 지동에는 재개발이 되지 않은 낡은 저층의 건물들이 즐비해 있다. 빼곡한 골목 사이에 여러 대의 자동차를 주차하기란 쉽지 않다. 교회는 주민과 성도들을 위해 2012년부터 조용한 섬김을 하고 있다. 평일에 안 쓰는 주차장을 무료로 개방한 것이다.

교회는 지난해 5월 수원시청과 협약을 맺은 뒤부터 이 사역을 공식적으로 하고 있다. 수원영락교회(이은총 목사) 숲과샘이있는평안교회(박준구 목사) 영화교회(김철 목사) 등 수원에 있는 3개 교회도 시청과 협약을 맺었다. 수원시는 주차장 노면 포장과 도색, CCTV와 보안등 설치 등 시설 개선비용을 지원했다.

지난 18일 수원제일교회를 방문했을 때 강명구 사무장은 주차장으로 안내했다. 주차장 1~2층에 차량 100대의 주차 공간 구역이 지정돼 있었다. 교회가 수용할 수 있는 차량은 총 225대인데 이 중 절반 가까이 주민에게 제공한 것이다. 외부에서 오는 차량은 낮에도 항상 개방하지만 저녁부터 아침까지 주차하기 위해선 차량 등록을 미리 해야 한다. 현재 60여대 차량이 등록돼 있다.

강 사무장은 “인근 지역이 구도시다 보니 제대로 된 주차장이 별로 없다. 주민들 가운데 어려운 분들이 많은데 트럭 등을 몰고 일하시는 분들은 특히 큰 차량을 세울 곳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다. 주차장을 제공하니 편히 주차한다며 너무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교회는 낮보다 저녁 이후에 주차하는 주민들이 대부분”이라고 귀띔했다.

주차장 공유 사업을 위해 교회에서 추가로 부담해야 할 비용은 없다. 교인들의 봉사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주차장 관리 정도만 강 사무장이 하고 있다.

3500여명의 성도가 출석하는 교회는 평일과 다르게 주일이 되면 ‘주차난’을 겪는다. 평균 600여대 차량이 교회 주차장과 인근 골목 등에 빼곡하게 주차한다. 주차요원 25명이 교회 인근에서 교통 통제를 할 정도로 복잡하다. 강 사무장은 “평일에 주차장 섬김 활동을 해서 그런지 주일에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데도 민원이 거의 없다”며 “교회가 많은 사역을 감당하는데 지역 사회의 일에도 이바지한다면 기독교의 전반적인 이미지가 좋아질 것이다. 주차장 공유 사업이 전국에 있는 많은 교회에 퍼지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수원중앙침례교회(고명진 목사)는 지난해 1월 수원시에 교회의 주차장 공유 사업을 처음으로 제안했다. 유정구 사무장은 지난 21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주일에 교회가 지역주민에게 주차 문제로 어려움을 드리는데 좋은 것으로 섬기고 싶어서 시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교회는 주중에 평균 150대 이상의 주차 공간을 제공한다. 수원제일교회와는 반대로 밤보다 낮에 주차하는 이들이 많다. 교회 인근에는 재개발 지역이 있으며 공기업과 관공서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유 사무장은 “관공서 등에서 근무하거나 방문한 이들을 비롯해 지역주민들이 주로 낮에 주차한다”며 “교회에서 특별 행사가 있을 땐 저녁 주차를 피해 달라고 요청한다”고 밝혔다.

수원영락교회는 현재 31개 차량 공간을 제공하고, 25개 공간을 위한 보수 작업을 하고 있다. 인근 동사무소는 주차난을 겪는 주민 명단을 조사해 교회에 제공한다. 숲과샘이있는평안교회와 영화교회는 각각 30대 차량 공간을 지원한다.

수원시는 5개 교회 외에 다른 교회의 공유 사업 신청을 받고 있다. 교회뿐 아니라 학교 등의 시설과도 이 같은 방법으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차량 1대의 주차 공간을 조성하려면 토지 매입과 공사비 등 최소 7000만~1억원 정도 든다. 교회와 공유 사업을 하면 주민에게 공간을 편리하게 제공할 뿐 아니라 비용적인 부분도 많이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명진 수원중앙침례교회 목사는 “교회가 지역사회를 위해 복지, 교육 등 여러 방면에서 섬길 수 있는데 주차장 공유 사업은 (공간만 있으면)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주민의 가장 필요한 것을 해결해줄 수 있는 도구”라고 강조했다.

수원=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