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찾아간 경기도 수원 장안구 수원성교회(안광수 목사) 교육관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지하 1층, 지상 6층 교육관은 어린이집부터 고등학교까지 한 건물에 둔 학교와 같았다. 유아예배 유치부예배 어린이영어예배 청년교구예배까지 이곳에서 연이어 이뤄지니 주차장은 종일 빌 틈이 없었다. 교육담당인 김봉식 부목사는 “우리 교회의 저출산 대책을 한마디로 소개하자면 ‘책임’”이라며 “이웃이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는 성인이 될 때까지 교회에서 함께 책임진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30분 교육관 1층 교실에선 4~5세를 위한 유아예배가 열렸다. 부모들은 아이를 유아예배 봉사자에게 맡기고 성인예배가 있는 본당으로 향했다. 80명 가까운 아이들이 봉사자의 품을 찾아 ‘옹알옹알’ 보챘다. 한참을 노래하고 율동하며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무렵 임순덕(53·여) 전도사가 “이 시간 눈을 감고 예수님께 조용히 기도드려요”라며 두 손을 모았다. 노래하고 보채던 아이들이 거짓말처럼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기도드렸다.
같은 시간 옆 교실에선 6~7세를 위한 유치부 예배가 열렸다. 권평화(28) 전도사가 이스라엘과 모압땅을 상징하는 그림모형을 놓고 나오미를 따라가게 된 며느리 룻에 대해 설명했다. 나오미의 고향 베들레헴을 언급하자 한 아이가 목청껏 “베들레헴은 예수님께서 태어나신 곳”이라고 외쳤다. 그런 아이를 바라보며 권 전도사는 “우리가 이스라엘로 갈 수는 없지만 빠지지 않고 예배를 잘 드리는 것도 예수님께 다가가는 첫걸음”이라고 설명했다.
안광수 목사는 1982년 교회를 개척한 이래 지역사회가 바라는 사역을 하고자 했다. 지역에서 원하는 대로 교육에 주력하자 교회는 아이들 웃음소리로 채워졌다. 성인 성도가 3000여명인데 교회학교 학생은 1500여명, 미취학 아동은 400여명이다.
교회는 4층 본당보다 교육관이 2층 더 높을 만큼 다음세대를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2017년부터는 셋째를 낳으면 300만원, 넷째를 낳으면 500만원을 지원한다. 교회가 함께 기도하고 있으니 믿음으로 잘 키우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2016년부터는 평일에 놀이문화센터를 열어 방과 후 교육을 책임지고 있다. 어린이집에서 오후 4시에 아이들을 데려다주면 아이들은 부모가 퇴근해 찾아올 때까지 이곳에서 인지발달 교육을 받고 저녁도 먹는다. 이곳 담당 이용훈 부목사는 “4~7세 어린이를 둔 학부모들에게 가장 필요한 게 방과 후 돌봄”이라며 “요즘에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골목’이 사라졌다고 하는데 교회가 그 역할을 대신해 줘 고맙다는 얘기를 부모로부터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센터의 정원은 30명인데 대기자 수가 그 2배를 넘는다.
교회는 다섯째 주일이 돌아오면 온 가족이 함께하는 예배를 드림으로써 가족의 신앙생활을 돕는다. 그날은 교회에서 뮤지컬 공연이 열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함께 웃고 즐기는 날이다. 아기학교는 6개월부터 44개월 사이 영아를 세 단계로 세분화해 운영한다. 6~10세가 다닐 수 있는 성품학교는 성경 속 지혜·용기·감사 등을 아이에게 가르친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수원성교회’를 검색하면 지역 어머니들의 아기학교 후기가 많다. 그만큼 교회가 지역사회에 필요한 공간이 됐다는 뜻이다. 주일예배 중심이었던 교회 공간을 주중에 지역의 필요를 위해 개방하자 교회는 지역사회와 상생하게 됐다. 안 목사는 “모든 교회에는 인적 인프라와 공간이 있다”며 “그 인프라를 지역사회를 위해 사용할 때 저출산 등 이웃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영·유아부 담당 임순덕 전도사
“경제 활동하는 엄마들 부담 교회가 덜어줘야”
경기도 수원성교회에서 지난 20일 만난 임순덕(53·여·사진) 전도사는 2003년부터 이 교회 영·유아부를 맡고 있다. 전도사가 한 교회에서만 15년을 근무한 경우는 드물다. 교회가 임 전도사의 교육철학을 믿고 꾸준히 지지한 결과는 다음세대 부흥으로 이어졌다.
“오래 근무하니 교회학교 선생님들과는 눈빛만 봐도 무엇이 필요한지 알 수 있어요. 유아부 아이들이 대학교에 입학하는 걸 보는 것도 감회가 새롭답니다.” 임 전도사에게 오래 근무한 장점을 묻자 돌아온 답이다.
임 전도사는 “기도 제목을 나누며 오랜 관계가 형성된 교회학교 선생님일수록 아이들을 더 가족처럼 여기는 것 같다”며 “학부모들과도 신뢰를 지속하니 지난해에도 두 가정을 전도하는 결실을 보았다”고 자랑했다.
교회학교 노하우를 정리한 ‘아기랑 교회에서 뭐해?’의 저자인 임 전도사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출산의 가장 큰 이유는 경제활동을 하는 어머니들의 부담이 많다는 것”이라며 “교회학교가 그들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다면 저출산 문제를 풀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 전도사는 아이를 낳으면 나 혼자 기르는 게 아니라 지역과 교회가 함께 기른다는 신뢰가 생길 때, 저출산을 극복할 수 있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임 전도사는 “아이는 안아주고 기도할수록 더 많은 축복을 받는데 이는 교회가 참 잘하는 일”이라며 “교회에는 하나님의 선물인 아이들을 말씀으로 건강히 양육해야 할 사명이 있다”고 강조했다.
수원=글·사진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하나님의 선물 아이 좋아] “아기 낳으면 성인될 때까지 교회가 함께 책임진다”
입력 2019-01-24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