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에는 저수지보다 공장을 둘러보는 게 우선이다. 음성군은 의약품, 우유, 소시지, 화장품, 골프공 등 일상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대소산업단지 내 9개 기업과 협약을 맺고 ‘산업단지’와 ‘관광자원’을 결합한 ‘흥미진진한 팩토리 투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산업관광 육성 공모 사업에 선정됐다. 각 제품의 제조 과정을 직접 볼 수 있고 자연휴양림, 의약박물관 약초원을 리모델링한 이색 투어센터를 함께 즐길 수 있다.
팩토리투어의 시작은 지난해 초 한독과 합작으로 건립된 ‘흥미진진한 팩토리 투어센터’다. 한독 생산 공장 내 약초원을 리노베이션한 이색적인 공간으로 ‘투어 팩토리’ ‘그린 팩토리’ ‘플레이 팩토리’로 구성돼 있다. ‘투어 팩토리’에서는 음성 내 기업과 생산 제품을 한꺼번에 보고 관광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린 팩토리’에서는 마치 숲 속에 온 듯한 공간을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음성 산업관광 발전 기금을 내면 음료를 제공하고 있어 온실 카페나 다름없다. ‘플레이 팩토리’에서는 한독의약박물관과 연계한 다양한 체험 활동이 무료로 진행되고 있다.
한독은 자체적으로 공장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과립이 알약으로 만들어지고 포장되는 과정을 유리창 너머로 볼 수 있다. 소화제는 씹어 먹으면 안 된다든지, 복용하기 편하게 아주 쓴 원료에는 설탕 코팅을 한다는 등의 얘기도 재미있다. 원료 가공부터 제품 운송까지 무인화 시스템을 갖춘 덕분에 공장 안에는 사람이 적다. 먼지와 소음을 떠올리는 공장의 부정적 이미지도 없다.
한독의약박물관은 1964년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기업박물관이자 전문박물관으로, 1995년 음성으로 확장 이전했다. 현재 보물 6점을 포함, 의약 관련 보존 가치가 높은 1만여 점의 사료들을 보관·전시하고 있다. 선조들의 의약 발자취를 되돌아보는 한국관, 동서양 각국의 의약자료를 전시한 국제관, 한독의 기업 역사를 보여주는 한독 사료실, 창업자 김신권 명예회장의 기증품을 전시한 제석홀 등 총 4개의 전시실로 이뤄졌다. 9000여 권의 의약서적을 소장하고 있는 의약도서실도 갖추고 있다.
동의보감, 의방유취 등 TV나 교과서 속 의약 유물을 직접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예약을 통해 소화제 만들기, 혈액형 알아보기, 치약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박물관 속 갤러리인 ‘생명갤러리’에서는 생명에 대한 현대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음성에서 유명한 것이 품바다. 해마다 품바 축제를 열어 왔다. 원남면 음성품바재생예술체험촌은 조금 성격이 다르다. 자원의 재생, 재활용으로 예술품을 만들어내는 정크아트를 내세우고 있다.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창작문화예술을 접하고 미술, 공예, 연극, 정크아트 등 예술 체험을 할 수 있다. 예술 체험이란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체험촌 작가들의 생각이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해 설명을 듣고 따라 만들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예술 작품이 완성된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자신만의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가 된다.
체험관은 팝아트와 일러스트레이션 등 어려운 미술을 쉽게 배우고 이해하는 과정의 ‘와이 낫 팝아트’, 환경예술의 창의력을 관찰하고 함께 창작하는 ‘파브르윤의 정크아트공작소’, 장식용 시계, 품바 파우치, 메신저 백 등 예쁘고 아기자기한 생활소품을 만드는 ‘노래하는 공작소’, 도자기 핸드페인팅, 이끼공예, 자수브로치 등 핸드메이드 리빙용품을 만드는 ‘핸즈음성’, 통통 튀는 점핑클레이부터 코르크 화분, 다채로운 액세서리를 만드는 ‘꼼지락아트’ 등 5개관으로 나뉜다. 체험관에서 즐길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이 다양하기 때문에 여러 번 방문해도 늘 새로운 체험이 가능하다. 체험은 1~2시간 정도 소요되며 체험비는 프로그램마다 다르다. 매일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가능하다. 다만 매주 월요일과 법정공휴일은 쉰다.
인근 원남테마공원은 농촌 특유의 독특한 자연·문화·사회자원을 토대로 다양한 형태로 조성돼 있다. 연꽃지 수생식물원 미로공원 캠핑장 등 자연친화적 공간이 가득하다. 진천과 증평의 경계를 이루는 두타산(598m) 북쪽에 초평천의 물길을 가둬 112만4000㎡ 규모로 1988년 준공한 원남지도 있다. 수변에 캠핑장이 조성돼 있고, 물을 건너는 운치 있는 다리가 놓여 풍경을 더한다. 저수지를 한 바퀴 도는 도로가 있어 드라이브가 가능하다. 산책로도 잘 정비돼 있어 춥지 않은 날 트레킹 코스로 그만이다.
금왕읍 쪽으로 길을 가다보면 맹동저수지가 있다. 통동리 저수지와 삼용 저수지를 합쳐 부르는 이름이다. 차령산맥의 크고 작은 80여개 골짜기에서 모여든 물이 100만㎡ 이상의 광대한 유역을 형성한다. 만수 때 수심이 40m에 이른다.
음성=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