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클라우드 시장 개방에… 국내 업체들 각축전

입력 2019-01-22 19:14 수정 2019-01-22 21:15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에 사용되는 서버 2000여대가 22일 경기도 성남 판교에 있는 NHN엔터테인먼트 데이터센터에 설치돼 있다. NHN엔터테인먼트 제공

22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NHN엔터테인먼트 데이터센터 내 물리서버실. 좁은 복도 양옆으로 줄지은 철제 구조물 안에는 클라우드 서비스용 인프라인 서버장치들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500여곳 기업이 여기에 설치된 서버 1만6000여대를 활용한 클라우드 서비스로 컴퓨팅 데이터를 저장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NHN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서버의 배치·관리, 에너지 효율 등이 강점”이라며 “데이터센터 규모는 작지만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KT와 네이버, NHN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업체들이 클라우드 시장을 두고 각축전에 돌입했다. 금융 당국의 규제완화로 올해부터 금융회사의 클라우드 활용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자 토종 클라우드 업체들이 경쟁력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NHN엔터테인먼트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금융·게임·쇼핑 분야를 중심으로 클라우드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가 클라우드 사업 전략을 발표한 건 2014년 사업을 시작한 뒤 처음이다. NHN엔터테인먼트는 “데이터센터 같은 인프라와 플랫폼 기술, 보안 능력을 모두 갖춘 클라우드 업체는 드물다”며 “일본과 미국 현지에 데이터센터를 세워 현지시장도 공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KT와 네이버도 금융 시장 공략을 준비하고 있다. 네이버의 클라우드 전문 자회사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은 지난 17일 코스콤과 ‘금융 특화 클라우드’ 구축을 위한 협력계약을 맺었다. KT도 데이터 보안능력을 앞세워 금융권 클라우드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의 주도권은 이미 해외 기업들에 넘어갔다.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외국 기업이 국내 시장 점유율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술력을 앞세운 AWS가 약 7000억원의 연매출을 올리며 수익 대부분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업체 가운데는 KT와 NBP가 그나마 선전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보안 및 위기관리 능력이 중요한 금융 클라우드 시장에서는 국내 업체에도 기회가 올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업체는 개인정보 해외 유출 우려가 없는 데다 해외 업체보다 서비스 장애 복구·보상 면에서 유리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AWS 서버 접속 장애 사건도 국내 업체들의 클라우드 사업 확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해외 업체가 체면을 구긴 데다 다수 업체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하는 ‘멀티 클라우드’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업체들의 사업 기회가 넓어졌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