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쓱한 8강’ 일본·호주, 강력한 모습 어디갔지?

입력 2019-01-22 19:37
일본의 수비수 요시다 마야(왼쪽)가 21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샤르자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아시안컵 16강전에서 하탄 바헤브리(오른쪽)를 막고 있다. AP뉴시스
호주의 매튜 레키(왼쪽)가 21일(한국시간)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16강전에서 이크로미온 알리바예프와 공을 경합하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아시안컵 ‘디펜딩 챔피언’ 호주와 최다 우승팀 일본이 나란히 8강에 진출했지만 우승 후보에 걸맞은 경기력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세대교체와 주전들의 잇따른 부상으로 인한 경기력 저하가 조별리그에 이어 토너먼트에도 그대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호주는 22일(한국시간) 새벽 우즈베키스탄과 연장 포함 120분간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승부차기에서 4대 2로 힘겹게 승리했다. 점유율 60.7%대 39.3%, 유효슈팅 9대 2가 말해주듯 호주가 우세한 경기를 펼쳤지만 상대 골키퍼 선방과 골 결정력 부족으로 득점에 실패했다. 승부차기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매튜 라이언(27·브라이튼) 골키퍼의 선방이 없었다면 8강 진출이 물 건너갈 수도 있는 경기였다.

호주는 2006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으로 재편된 후 아시아 축구의 강자로 군림해왔다. 소속 선수들이 프리미어리그 등 유럽에서 다수 활동하고, 체격 조건도 좋아 아시아 팀들을 상대로 좋은 성적을 거둬왔다. AFC 소속 이전 출전권을 얻은 2006 독일월드컵을 비롯해 2018 러시아월드컵까지 4회 연속 월드컵 출전 기록도 갖고 있다. 아시안컵에서도 2007년 대회부터 참가하기 시작해 2011년 준우승, 2015년 우승의 호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앞두고 상황이 달라졌다. 사커루의 황금기를 함께했던 팀 케이힐(40·잠셰드 푸르), 마일 제디낙(35·애스턴 빌라)이 지난해 러시아월드컵 이후 대표팀 은퇴를 선언하면서 팀의 주요 축이 사라졌다. 이 중 케이힐은 2015년 호주가 아시안컵에서 우승할 때 팀 내에서 가장 많은 3골을 넣으며 대회 첫 우승을 견인했다. 우승 멤버였던 마시모 루옹고(27·퀸즈파크 레인저스), 마크 밀리건(34·하이버니안) 등이 남아있지만 경기력이 이전만 못하다. 또 대회를 앞두고 핵심 선수인 애런 무이(29·허더즈필드)가 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하는 불운도 겪었다.

일본은 21일 중동의 강호 사우디아라비아에 1대 0으로 승리했지만 전·후반 내내 주도권을 내주는 다소 답답한 경기를 펼쳤다. 점유율에서 23.7%대 76.3%로 밀렸고, 슈팅횟수 역시 5대 15로 차이가 컸다. 짧고 빠른 패스로 점유율 축구를 해왔던 일본으로서는 다소 이례적인 결과다. 현 일본 대표팀에서 A매치 최다 출전기록을 가진 수비수 나가토모 유토(33·갈라타사라이)가 경기 후 “이렇게 주도권을 내준 것은 지금까지 없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다만 일본은 유효슈팅에서 2대 1로 앞서 사우디가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지는 못하게 했다.

수비를 두텁게 가져가며 효율적으로 경기를 펼쳤다고 할 수 있지만 조별리그에서부터 이어진 불안한 모습을 한 번 더 노출한 경기이기도 했다. 역습을 비롯한 공격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이날 무토 요시노리(27·뉴캐슬), 미나미노 다쿠미(24·잘츠부르크) 등을 내세워 공격을 시도했지만 결승골을 넣은 것은 수비수 도미야스 다케히로(21·신트트라위던)였다. 일본은 모리야스 하지메(51) 감독 부임 이후 팀을 재정비하며 최적의 조합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어 이런 결과는 어느 정도 의도된 면도 있다. 일본은 조별리그 순위가 걸린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를 앞두고 오만전 선발에서 10명을 교체하는 대규모 변화를 주고도 2대 1로 승리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