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무역전쟁과 경기 둔화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중대 위기’를 언급했다.
시 주석은 특히 ‘블랙 스완(black swan)’ ‘회색 코뿔소(grey rhino)’ 등 경제용어를 직접 언급하면서 대응책 마련과 투쟁정신 강화를 주문했다. 블랙 스완은 예측하지 못한 위기를 뜻하고, 회색 코뿔소는 예상되지만 간과하는 잠재적 위험을 가리킨다.
중국 신화통신은 22일 시 주석이 전날 베이징에서 중앙부처 장관, 각 성·자치구 부장(장관) 및 당 기관장 등 수백명이 참석한 토론회에서 중국에 불어닥친 각종 리스크를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토론회 개회식에서 7대 분야의 위기도 거론했다. 그는 “경제·사회·이데올로기·과학기술·외부환경·당 건설 등 모든 분야에서 위기의식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면서 “중대 리스크를 예방하고 해소하려면 강력한 투쟁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000자가 넘는 시 주석의 연설문은 온통 ‘위험’과 ‘위기감’의 강조로 채워져 있다. 시 주석은 “당이 장기집권과 개혁·개방, 시장경제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 ‘장기적이고 복잡한 시련’을 맞았다”면서 “사태 변화를 예측할 수 없는 국제 형세, 복잡하고 민감한 주변 환경, 엄중한 개혁발전 안정 임무에 직면해 시종 고도의 경계를 유지함으로써 블랙 스완과 회색 코뿔소를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시 주석의 이번 발언이 매우 이례적이라며 중국 안팎의 상황을 엄중하게 느끼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오는 24일까지 열리는 토론회는 중국 국가통계국이 1990년 이후 28년 만에 가장 낮은 6.6%의 경제성장률을 발표한 날에 열려 큰 주목을 받았다.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미·중 무역전쟁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최악의 상황도 염두에 두고 준비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시진핑 “블랙 스완·회색 코뿔소 대비하라”
입력 2019-01-22 1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