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첫 여성 단장 탄생… 축구인 모시기도 처음

입력 2019-01-22 19:41
임은주 신임 키움 히어로즈 단장이 축구 심판이던 1990년대 후반 경기에서 판정을 내리고 있다. 임 단장은 22일 ‘유리 천장’을 깨고 프로야구 출범 38년 만에 최초의 여성 단장이 됐다. 국민일보DB
임은주 단장이 2013년 강원FC 대표시절에 경기가 끝난 후 선수를 격려하고 있는 장면. 강원FC 제공
여성 축구인 출신의 임은주(53) 전 프로축구 FC안양 단장이 프로야구 단장을 맡게 돼 체육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기고 있다.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는 22일 프런트 역량 강화를 위해 임 전 단장을 영입하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임 신임 단장은 프로야구 출범 38년 만에 처음 여성 단장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다. 또 축구인 출신이 프로야구 단장을 맡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키움 구단은 “임 신임 단장은 프로축구의 어려운 구단을 강직하게 이끄는 과정에서 인상적인 리더십을 보여줬다”며 “현재 키움 구단의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앞으로 구단을 더 발전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최고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임 단장은 그간 축구계에서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았다. 1990년 한국 최초의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로 발탁돼 베이징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97년 한국 최초의 여성 국제축구연맹(FIFA) 심판이 됐고, 99년 최초의 여자 월드컵 주심, K리그 여성 전임 심판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다. 2005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심판 감독관, 2007년 아시아 여성 최초로 FIFA 심판 강사도 지냈다.

임 단장은 2013∼2015년 강원FC 대표이사에 올랐다. 여성이 프로스포츠 구단 최고경영자(CEO)가 된 첫 사례다. 2017∼2018년 K리그2(2부리그) FC안양 단장을 역임한 그는 이제 프로야구로 자리를 옮겨 또다른 역량을 선보일 채비를 하고 있다.

임 신임 단장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평소 모기업 없이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키움 히어로즈를 보면서 많은 관심과 궁금증이 있었고,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해왔다”며 “스포츠 경영 측면에서 선수단과 프런트의 전문적 분업화가 된 프로야구단에서 선수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조력자의 역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임 단장은 이어 “처음엔 축구가 아닌 야구 단장직 제안을 받아 조금 당황스러웠고,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평생 축구계에서 쌓은 성과가 퇴색될 수 있다는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축구 외에도 스포츠 전반에 두루 관심이 많았다. 대학 시절 필드하키와 소프트볼 팀에서도 운동을 했고, 미국 메이저리그와 한국 야구까지 챙겨보는 ‘스포츠광’이었다. 특히 독특한 자생 구조를 만들어 성장 중인 히어로즈의 운영에 눈길이 갔다. 축구단과는 사정이 다른 야구단에서 스포츠 경영인으로서 역량을 발휘하는 것에도 관심이 생겼다.

임 단장은 “제 역할은 뒤에서 선수들이 훈련하는데 부족함을 느끼지 않도록 좋은 환경을 만들고 지원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프로는 결과물로 보여줘야 한다. 말만 하지 않고 발로 직접 뛰는 단장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