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복무 중 사고로 화상 입은 이찬호 “화상 입은 내 모습, 분장 없이 사진에 담아보고 싶었다”

입력 2019-01-22 19:41
2017년 K-9 자주포 폭발 사건의 생존자 이찬호씨의 사고 전 모습(위 왼쪽)과 사고 후 모습들. 화상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이씨의 모습은 화상이 하나의 개성으로 표현됐다는 인상을 준다. 새잎 제공, ⓒ긍정인태

이 사진들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말쑥한 청년의 얼굴이 울긋불긋한 흉터를 가진 얼굴과 몸으로 변했다. 주인공은 2017년 8월 강원도 철원에서 일어난 K-9 자주포 폭발 사건의 생존자 이찬호(25)씨다. 이 사고로 3명이 숨지고 4명이 크게 다쳤다. 당시 육군 병장으로 복무하던 이씨는 전신의 55%에 화상을 입었다.

이씨가 현재 자기 모습과 그간의 얘기를 담은 포토 에세이 ‘괜찮아 돌아갈 수 없어도’(새잎)를 냈다.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만난 그는 화상으로 울퉁불퉁해진 손을 스스럼없이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그는 여전히 준수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 책을 낼 생각을 했을까. “한 작가에게 사진전 제안을 받았다. 마침 써둔 글도 있어서 묶게 됐다. 화상을 입은 내 모습을 분장 없이 그대로 담아보고 싶었다.” 화상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사회적으로 의미 있어 보였던 것이다. 심각한 화상을 입은 사람들이 사회생활을 하기 어려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씨는 중학교 시절 길거리에서 캐스팅될 정도로 훤칠하고 잘생긴 소년이었다. “어머니를 졸라 연극과가 있는 경기예고에 진학했다. 대학에서 연극영화를 전공하다 군대에 갔다. 군대에서도 배우의 꿈을 키우며 하루 2시간씩 꾸준히 운동을 했는데….” 그 사고가 났다. 40t급 자주포 안에서 40㎏ 탄을 40㎞까지 날릴 수 있는 화약 3개가 터졌다.

‘모든 근육이 연소했다. 183㎝의 키에 83㎏이던 몸무게가 66㎏까지 불타버렸다.’ 화상은 극한의 고통 속으로 그를 밀어 넣었다. 이씨는 화상을 치료하는 동안 수없이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1년4개월 동안 피부이식수술만 5차례 받았다. 다음 달 말 또 수술이 예정돼 있다. 얼마나 더 받아야 할지 알 수 없다.

그래도 버틸 수 있었던 건 가족의 사랑과 주변의 관심 덕분이었다. 어머니와 형은 치료 기간 내내 그의 곁에 머물렀다. 과묵한 아버지는 처음으로 아들에게 “사랑한다”고 했다. 병원비가 막막했을 때 얼굴도 모르는 30만명이 “이씨의 치료비를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는 국민청원에 서명했다. 그 덕분에 정부 지원으로 치료를 받게 됐다. 현행법은 군 복무 중 사고를 당하더라도 제대하면 치료비 지원에 제한이 있다.

아직도 힘든 것은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그래도 그는 “내가 가진 이 흉터를 다른 사람들은 가질 수 없지 않은가. 고유하다는 의미에서 자부심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기하학적으로도 아름다울 수 있지 않냐”고 했다. 예술가를 지망하는 청년의 기발하고 창의적인 사고다.

실제 책에 담긴 사진들은 환자가 아니라 화상이란 ‘개성’을 가진 모델의 화보라는 느낌을 준다. 그것도 장래가 촉망되는. 그는 “아직은 무엇을 하며 살지 모르겠다. 많은 사람의 관심으로 내가 일어선 만큼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다른 이들을 돕는 일을 고민할 것 같다”고 했다. 책 수익금도 기부할 계획이다. 그의 SNS 계정에는 “멋지다”는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