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정으로 만든 성장… 지속가능하지 않다

입력 2019-01-23 04:01
지난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2.7%로 집계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온전히 국정을 책임진 한 해 경제성적표다. 6년 만에 최저치다. 한국은행이 추정하는 잠재성장률(2.8~2.9%)을 밑돈다. 하지만 수치보다 내용이 더 문제다. 세금을 한껏 투입해 끌어올린 성장률이다. 경제의 엔진이 되어야 할 민간 소비와 투자는 힘이 없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2.7% 중 33%인 0.9%가 정부 소비에서 왔다. 전체 성장의 3분의 1이 정부의 물품 구입이나 건강보험급여 지출 등으로 이뤄졌다. 2017년에는 성장률(3.1%) 중 정부 소비 기여분이 0.5%로 16%에 불과했다. 1년 새 정부 소비의 성장 기여분이 2배 넘게 늘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GDP 성장률 1.0%(전분기 대비) 중 정부 기여도는 1.2%나 됐다. 민간 기여도는 -0.3%로 성장률을 오히려 깎아먹었다. 정부 기여도는 세계 금융위기 직후 대거 재정을 풀었던 2009년 1분기(1.9% 포인트) 이후 9년9개월 만에 최고였다. 지난해 4분기는 ‘재정 주도 성장’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올해다. 수출이 연초부터 심상치 않다. 전체 수출의 27%를 차지하는 중국 수출이 충격을 받고 있다. 이달 20일까지 대 중국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22.5% 줄었다. 전체 수출을 견인해 온 반도체까지 28.8% 급락했다. 지난해 민간소비는 전년 대비 1.4% 늘어나는 등 ‘선방’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부동산 투기 대책으로 금융 대출이 꽁꽁 묶이면서 민간소비는 더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수출과 소비에 대한 기대를 낮춰야 한다는 얘기다.

결국 올해도 정부의 믿는 구석은 전방위적 재정 퍼붓기로 보인다. 하지만 재정 주도 성장이 중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숫자’는 맞출 수 있을지 몰라도 경제 전반의 펀더멘털은 점점 약화된다. 정부 지출이 과다하면 민간의 경제활력을 오히려 잠식할 수도 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다. 불경기에 세금을 늘리면 더욱 민간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다. 가계와 기업의 투자와 소비를 어떻게 되살릴 것인지 근본 처방을 정부가 고민할 때다. 서울대 김소영 경제학과 교수는 역대 정부가 과감한 경기부양을 1~2년 한 뒤에는 성장잠재력이 큰 폭으로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러다 2021년쯤이면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1% 초·중반으로 뚝 떨어지지 않으란 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