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 한·미동맹 관점에서 풀어야

입력 2019-01-23 04:03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원내대책회의에서 “미국 최상층부에서 한·미 방위비분담금을 지난해 9602억원에서 1.5배에 달하는 1조4000억원 이상으로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총괄하고 있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국회 외통위에서 “한·미 간 이견이 아주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우리가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하고 있다는 얘기는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확인된 셈이다.

분담금 문제는 한·미동맹의 관점에서 풀어야 한다. 미국은 증액 요구를 우리가 수용하느냐 여부를 한·미동맹의 시금석으로 삼으려는 태도다. 하지만 급격한 증액은 한·미동맹을 강화하기보다 오히려 약화시킬 뿐이다. 분담금은 우리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된다. 요즘 우리 경제 사정도 좋지 않다. 미국이 한·미동맹을 돈거래로 여긴다는 인식이 우리 국민 사이에서 확산될 우려가 있다. 미국이 언론 등을 통해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론까지 흘리며 우리를 압박하는 것은 동맹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존재는 미국이 우리를 위해 마냥 희생하는 것이 아니다. 동북아 지역의 군사적 균형을 위한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한다. 미국의 무리한 요구를 우리가 들어주면 동맹 관계가 강화될 것이라는 미국의 주장은 틀렸다.

우리는 평택 미군기지 건설비 12조원 가운데 92%를 부담했다. 60여년 동안 대규모 토지를 무상제공하고 있다. 우리 젊은이들이 입대하는 카투사 무상지원, 통신비, 각종 세금 혜택 등도 많다. 매년 6조~7조원의 미국산 무기를 도입한다. 한 해 분담금 9602억원은 주한미군 주둔비의 절반 정도지만 이런 비용까지 포함하면 분담률은 60∼70%에 달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분담률은 0.068%로 일본(0.064%)에도 뒤지지 않는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것도 아니고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분담금을 50%나 올리는 것을 우리 국민들이 납득하겠는가. 반미감정과 함께 이렇게 강압적으로 큰 비용을 지불할 바에는 차라리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를 시키자는 여론이라도 생길까 걱정이다. 증액을 하더라도 점진적으로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