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재권(52·사법연수원 27기)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 여부를 결정한다. 영장이 재청구된 박병대 전 대법관의 영장심사는 예상을 깨고 허경호(44·27기) 영장전담 부장판사에게 배당됐다. 박 전 대법관과 간접적인 인연이 있는 허 부장판사가 영장심사를 맡으면서 공정성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은 23일 오전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한다. 구속 여부는 늦어도 24일 새벽쯤 결정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은 21일 양 전 대법원장의 영장심사를 명 부장판사에게 배당했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지 3일 만이다. 당초 법조계에서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구속한 임민성(49·28기) 부장판사가 양 전 대법원장의 영장심사를 맡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영장전담 부장판사 5명 중 양 전 대법원장 등과 연고 관계가 있는 박범석·허경호·이언학 부장판사를 제외하고 명·임 부장판사 2명이 남는데 박 전 대법관의 첫 번째 구속영장을 기각한 임 부장판사에게 박 전 대법관의 두 번째 영장심사를 맡기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따라서 임 부장판사가 양 전 대법원장을, 명 부장판사가 박 전 대법관을 심리할 가능성이 유력했다. 하지만 관측과 달리 제외될 것이라 전망했던 허 부장판사에게 박 전 대법관 영장심사가 배당됐고, 명 부장판사가 양 전 대법원장의 영장심사를 맡게 됐다.
명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 양 전 대법원장 등 사법농단 의혹 핵심 윗선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처음으로 발부하며 주목을 받았다. 주요 관계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이 잇따라 법원에서 기각되며 ‘방탄법원’ 논란이 불거지던 때 양 전 대법원장 차량과 고영한 전 대법관 주거지, 차한성 전 대법관과 박 전 대법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했다. 그는 1998년 검사로 임용된 뒤 2009년 경력 법관제를 통해 판사로 임용됐다.
허 부장판사에게 박 전 대법관 영장심사를 배당한 것을 두고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 박 전 대법관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이 있어서다.
허 부장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이 서울지법 북부지원장을 지내던 2001~2002년 같은 법원에서 판사로 근무했다. 또 박 전 대법관과 공범으로 지목된 강형주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도 2011년 서울고법에서 재판장과 배석판사로 함께 일한 이력이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허 부장판사가 같이 일했던 강 전 차장은 행정처 근무 당시 임 전 차장의 바로 윗선임이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공정한 심사가 이뤄질지 의문이 든다”고 우려를 표했다.
허 부장판사는 지난해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뒤 이례적으로 3600자에 달하는 기각 사유를 공개하며 검찰 주장을 일일이 반박해 검찰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법원은 “원칙에 따라 배당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당초 전산 배당 결과 두 건 모두 명 부장판사에게 갔다고 한다. 한 명이 두 건을 모두 심리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내부 협의를 거쳐 명 부장판사와 함께 이번 주 구속영장심사 담당 순번인 허 부장판사에게 나눠 배당했다는 게 법원 설명이다.
법원은 허 부장판사의 경우 기피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형사소송법상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을 때, 법관이 피해자인 때, 법관이 피고인 또는 피해자의 친족 관계에 있을 때 등을 기피 사유로 두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허 부장판사와 박 전 대법관이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다”며 “강 전 차장과의 인연 때문에 불공정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양승태 23일 ‘운명의 날’, 검사 출신 판사가 구속여부 결정한다
입력 2019-01-22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