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흉기난동 112 문자 신고 했더니… 출동 경찰, 범인 아닌 신고자만 찾아

입력 2019-01-22 04:02
SBS 영상 캡처

버스에서 흉기 난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112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범인을 색출하는 대신 신고자를 찾기만 해 비판을 받고 있다. 경찰은 112 문자 신고 시스템상 글자 수가 45자로 제한돼 있어 신고 내용을 제대로 파악 못했다는 핑계를 댔다.

지난 19일 오후 10시30분쯤 서울 영등포구의 시내 버스에서 한 남성이 흉기를 들고 승객들에게 “가까이 오지 마라”며 욕설을 한다는 112 문자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신고자 A씨는 ‘파란 패딩을 입은 남자가 욕설하며 커터칼을 들고 있다’고 알렸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당산지구대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으나 흉기 소지자를 진압하지 않고 신고자를 찾기만 했다. A씨는 ‘신고자가 누구인지 밝히지 말아 달라’고 했으나 이 부탁은 지켜지지 않았다.

경찰은 이 일을 112 문자 신고 시스템상 글자 수 제한 탓으로 돌렸다. A씨의 신고 내용에서 ‘흉기를 소지했다’는 정보를 전달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내용이 45자가 넘어가면서 마지막 부분이 누락됐다. ‘신고자를 밝히지 말아 달라’는 부분도 전달되지 않았다.

원경환 서울경찰청장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신고자의 보안을 유지하고 비밀을 지켜줘야 하는데 세심하게 챙기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며 “신고자의 비밀이 보장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문제가 불거지자 부랴부랴 문자 신고 중계서버를 운영 중인 LG유플러스와 협의해 글자 수 제한을 없앴다. 당초 경찰은 “통신사 서버 용량 문제로 제한을 없애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지만 이날 오후 7시부터 문제는 해결됐다.

경찰은 “문자 신고 건수가 전체 신고의 3~4%로 적고 대부분 45자 내의 단문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선 현장 경찰은 이미 문제점을 알고 있었다. 서울 관할서의 한 경사는 “문자 신고의 경우 길이가 길면 내용이 잘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전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