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 의원직 내려놓고 했어야…”

입력 2019-01-22 04:00
사진=뉴시스

전남 목포의 부동산 집중 매입 사실이 폭로되며 투기 의혹의 중심에 선 손혜원(사진) 의원은 “도시 재생 운동의 일환”이라며 사실이 아니면 국회의원직을 걸겠다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국가 예산이 들어간 지역에 ‘손혜원 타운’을 조성하는 식의 ‘부동산 사재기’를 하는 행위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문화계 인사들은 손 의원의 공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그 방식에 대해서는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황평우 문화정책연구소장은 21일 “10년 전부터 목포지역 시민단체와 목포시를 중심으로 이 지역을 살리자는 노력이 있었으나 잘 되지 않았다”며 “힘 있는 국회의원이었기에 도시재생 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고 옹호했다.

목포에서 10년 이상 도시 재생 운동을 했던 목포대 최성환 교수는 “근대 유산의 가치를 알리기 위한 목포 주민들의 노력의 성과가 서서히 나고 있었다. 손 의원이 뛰어들면서 붐업을 시키고 마중물 역할을 한 것은 맞다”고 평가했다. 안창모 경기대 교수는 “1990년대 초중반 북촌 한옥마을 보존 운동이 일어났을 때 일부 문화인들이 한옥을 실제로 사서 거주했다. 전문가들이 자신의 관심사를 현장에서 실천하는 것은 중요하다”며 손 의원의 입장을 지지했다.

하지만 관련 예산 심사를 담당하는 국회 상임위원회 소속 여당 간사 신분인 손 의원이 해당 지구 부동산을 사적 인맥을 동원해 매입한 방식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청 직원이 그 땅을 샀더라면 국회에서 용납했겠느냐. 무엇보다 국회의원 신분이 가장 큰 문제다. 피감기관인 문화재청 입장에선 엄청난 갑의 위치에 있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의 모든 언행은 압력이 될 수밖에 없다”며 “국회의원직을 내려놓고 진행했어야 했다”고 각을 세웠다.

A교수는 “공인이 아니었다면 손 의원의 행위는 도시 재생 무브먼트(운동)가 될 수 있었다”고 봤다. 그는 국회의원 신분이 아니었다면 부동산 집중 매입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미국의 석유재벌 장 폴 게티가 로스앤젤레스 외곽에 조성한 복합문화공간 게티센터를 그런 예로 꼽았다. 그럼에도 “손 의원이 서울 이태원의 나전칠기박물관을 목포로 이전하기 위해 부동산을 집중 매입했다지만 20여건의 위치가 밀집한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떨어져 있었다”며 의도의 순수성을 의심했다.

손 의원이 지역 문화예술인과 충분한 교감 없이 일방적으로 활동했던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지역 문화운동가 B씨는 “손 의원의 점령군식 문화재생사업 추진에 지역 시민운동가들이 소외감을 느꼈다”며 “국회의원은 법안을 만들고 정책을 다루는 사람이지 본인이 집을 사고 투자를 하라고 독려하는 사람은 아니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최성환 교수는 “먼저 활동하고 있던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소통하는 노력을 선행했어야 된다”고 말했다. 황평우 소장도 “조합이나 공식 기구를 결성해 민관 협력사업으로 진행했더라면 잡음이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손영옥 미술·문화재전문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