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쇠’ 전명규 “성폭력 몰랐다… 심석희에겐 미안”

입력 2019-01-22 04:02
전명규 한국체육대학교 교수가 2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고개 숙인 채 옆을 쏘아보는 전 교수의 눈매가 매섭다. 전 교수는 “국민들께 고개 숙여 용서를 구한다”면서도 자신에게 쏠린 모든 의혹에 대해선 부인했다. 윤성호 기자

전명규(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 한국체육대학교 교수가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 사건과 관련해 자신에게 쏠린 의혹들을 전면 반박했다. 하지만 그가 개입된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모르쇠’ 태도로 일관해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전 교수는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들께 아픔을 드린 데 대해 고개 숙여 용서를 구한다. 감내하기 힘든 시련을 겪은 제자 심석희에게도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자신의 의혹에 대해선 전면 부인했다. 전 교수는 “성폭력과 관련해서는 알지 못했다. 조재범 전 코치의 상습 폭행도 몰랐다”고 말했다. 또 조 전 코치를 위한 탄원서를 선수들에게 지시했다는 녹취록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녹취에 나온 여러 가지 과격한 표현들에 대해서는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조 전 코치가 구속되기 전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젊은빙상인연대의 어떤 사람이 전명규와 관련된 비리 내용을 주면 합의서를 써 주겠다고 얘기했다고 한다”고 소개했다. 전 교수는 대한항공 취업 청탁 의혹에 대해서도 “누구를 취직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특히 최근 빙상계 성폭력 폭로를 주도하고 있는 젊은빙상인연대에 대해 “그 사람들이 진심으로 빙상 발전을 위해 활동하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그 단체가 어떤 구성으로 돼 있고 어떤 사람들인지 여러분이 취재해보셨으면 좋겠다”고 힐난했다.

이에 대해 젊은빙상인연대는 ‘거짓말 퍼레이드’라고 비난했다. 젊은빙상인연대 박지훈 변호사는 “사과한다고 해놓고 다 몰랐다고 하는 것은 진정성이 없는 것”이라며 “녹취 내용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했는데 무엇이 있는가”라고 반박했다.

앞서 이날 오전에는 무소속 손혜원 의원과 젊은빙상인연대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피해자의 적극적 증언과 간접적 인정 등을 통해 드러난 피해 사례는 심 선수를 포함해서 6건”이라고 밝혔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