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용산참사 외압 의혹 진상규명, 檢 과거사위로 넘겨

입력 2019-01-22 04:03
2009년 1월 20일 서울 용산구 남일당 건물 옥상에서 철거민 농성 진압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 6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부상했다(왼쪽 사진).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일 옛 사고현장 터는 주상복합 건물 신축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청와대가 21일 용산참사 재조사 외압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 책임을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에 넘겼다. 감찰 업무만 가능한 청와대로서는 외압 의혹에 대한 수사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과거사위 또한 수사 권한이 없어 청와대 결정은 ‘책임회피’라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용산참사 재조사 외압 의혹 등에 대한 조사 요청을 과거사위에 내려 보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청와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어디까지나 감찰 수준”이라며 “외압 의혹 등에 대해 수사가 불가능해 민정비서관실에서 처리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불가피한 판단이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또 “용산참사 관련 문제는 과거사위에서 다룰 성격이라고 본다”고 했다.

하지만 과거사위도 수사 권한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과거사위는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이 재조사할 과거 사건을 선정하는 조직이다. 사건 피해자에 대한 피해회복 조치 등을 법무부장관에게 권고하는 역할도 한다. 그러나 과거사위가 외압 의혹 수사 등 자체 조사를 벌이는 것은 규정상 불가능하다.

청와대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과거사위가 필요하면 법무부나 대검 감찰 파트로 다시 (업무를) 넘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조사단 관계자는 “법무부와 대검, 과거사위는 외압 의혹을 조사할 의지가 애초부터 없었다”고 지적했다. 과거사위는 이날 회의를 열었지만 청와대에서 이첩 절차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외압 의혹을 논의하지 않았다.

청와대가 과거사위에 외압의혹 진상규명 책임을 떠넘기면서 용산참사 재조사에 오히려 ‘적신호’가 켜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검 조사단은 최근 와해된 용산참사 조사팀을 재결성하고 조사를 재개할 예정이다. 다만 외압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앞서 2009년 용산참사를 수사한 검찰 수사팀은 조사 결과에 따라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수차례 조사단에 전달했다. 조사단은 이를 외압이라고 본다. 검찰 수사팀은 “정당한 의견 제시”라며 맞서고 있다.

용산참사 생존자인 김창수씨는 “법무부는 참사 진상규명이나 외압 의혹에 대해 조사할 의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와대가 어떻게 이렇게 할 수 있느냐”며 “고공농성이라도 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문동성 구자창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