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펜스(사진) 미국 부통령이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의 유명한 연설 ‘나에겐 꿈이 있다(I Have a Dream)’를 인용해 미 의회에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을 통과시키라고 촉구했다. 민주당과 시민단체들은 펜스 부통령이 인권운동가였던 킹 목사를 모욕한 것이라며 비판했다.
펜스 부통령은 20일(현지시간) CBS방송에 출연해 “킹 목사의 연설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이제 민주주의의 약속들을 진정으로 이룰 때’라는 것”이라며 “킹 목사는 미국이 법적 절차를 통해 변화를 이루고 보다 완벽한 연합이 될 수 있도록 우리에게 영감을 불어넣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에 촉구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다. 선의의 정신으로 협상 테이블로 와라. 우리는 우리의 국경을 보호하고, 정부를 다시 열 것”이라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이 언급한 협상은 연방정부 셧다운(업무정지) 종식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에 제시한 타협안을 말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장벽 건설 예산 57억 달러를 통과시켜주면 ‘다카’(DACA·불법체류청년 추방유예프로그램)를 3년 연장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킹 목사가 살아있었다면 셧다운을 끝내고 불법 이민자들을 보호할 결의안을 통과시키라고 요구했을 것이라고 CNN방송은 지적했다.
재키 스파이어 민주당 하원의원은 “트럼프는 킹 목사가 아니다”며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정치인이자 인권운동가를 인종적 이념과 증오로 가득한 사업(국경장벽)과 동일시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썼다. 미 최대 흑인 인권단체인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도 펜스 부통령 발언은 킹 목사에 대한 모욕이라고 주장했다. 펜스 부통령의 발언은 ‘마틴 루서 킹스 데이’를 하루 앞두고 나왔다. 미국은 매년 1월 셋째 주 월요일 킹 목사의 탄생을 기념한다.
한편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가 30일 넘게 이어지면서 무급휴가를 간 공무원들은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몬태나주의 한 전당포에는 최근 하루 평균 3명의 연방 공무원들이 방문한다. 라스베이거스의 한 전당포 주인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점포를 찾는 연방 공무원이 꾸준히 늘고 있다. 공무원에 한해 4개월간 이자 상환을 유예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실업수당 청구도 급증하고 있다. 연방정부 공무원들의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월 첫째 주 1만454건을 기록했다. 이는 전주 4760건에서 2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장벽예산 통과시키라며 ‘I Have a Dream’ 인용… 역풍맞은 펜스
입력 2019-01-22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