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굶주림에… 선량한 조선 민초들, 좀비가 되다

입력 2019-01-21 19:09
역병이 번진 조선에서 왕세자 이창(주지훈)이 역병에 가려진 실체와 음모를 파헤치는 과정을 담은 미스터리 스릴러 ‘킹덤’. 오는 25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개국에 공개된다. 넷플릭스 제공

‘가을에 괴질이 유행하여 서쪽에서부터 들어왔는데 열흘 사이에 도하에서 발생한 사망자의 수효가 수만명에 달하였다.’

조선왕조실록 속 이 글귀를 본 김은희 작가는 이야기 하나를 떠올렸다. 굶주림에 시달리다 역병에 걸린 백성들과 이 역병의 비밀을 파헤치는 왕세자의 이야기였다.

200억원가량의 제작비가 투자된 넷플릭스의 국내 첫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이 오는 25일 전 세계 190여개국에 공개된다. 드라마 ‘시그널’의 김 작가와 영화 ‘터널’의 김성훈 감독이 합심한 작품으로 ‘천만배우’ 주지훈 배두나 류승룡 등이 출연하는 최고 기대작 중 하나다. 6편이 한꺼번에 공개되며, 이미 시즌2 제작을 확정지었다.

숱하게 봐왔던 좀비물과 달리, ‘킹덤’에는 채워지지 않는 욕망과 백성들의 굶주림이라는 날카로운 주제의식이 담겨있다. 21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김 작가는 “2011년 처음 구상했다. 식욕만 남은 좀비의 모습에서 배고픔과 슬픔을 봤다. 기득권층의 부당함으로 헐벗은 시대를 살게 된 이들의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김 감독은 끔찍하고 동적인 좀비의 모습과 조선의 정적인 아름다움을 절묘하게 버무려냈다. 그는 “인간의 탐욕과 지독한 배고픔이 만들어낸 역병과 맞서 싸우는 과정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의 관전 포인트 소개도 이어졌다. 왕세자 이창 역을 소화한 주지훈은 “와일드하고 스펙터클하다. 고생한 만큼 작품이 잘 된다는 속설이 있는데, 왼쪽 발목 피로 골절과 좌골 신경통, 저온 화상을 입을 정도였다. 20분 말 타는 장면을 위해 왕복 7시간을 달려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류승룡은 이창과 대립하는 실세 영의정 조학주 역을 맡았다. 그는 “잘못된 신념을 지닌 이가 권력자일 때 얼마나 좀비보다 무서워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역병의 근원을 추적하는 의녀 서비 역을 맡은 배두나는 좀비 역할을 소화한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는 “좀비 역에는 엄청난 연기력과 신체조건이 필요한데, 좀비들과 함께 촬영할 때 놀라울 정도였고 너무 무서웠다”고 덧붙였다.

조선풍으로 꼼꼼히 꾸며진 제작발표회 현장은 넷플릭스의 자신감이 곳곳에 묻어났다. 테마파크처럼 어두운 조명 속 좀비 분장을 한 배우들이 돌아다녔고, 이따금 비명이 들렸다. 제작진도 그랬다. 김 작가는 “공중파에서는 표현의 제약이 많아 거의 불가능한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넷플릭스라면 구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홍콩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권 43개 매체가 참석해 작품에 대한 기대를 반영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