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감염병’이었던 홍역, 대구·경기 이어 서울·전남서도 발생

입력 2019-01-22 04:00
경기도 안산시 한 보건소에 21일 홍역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아동은 가속접종하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다. 뉴시스

대구에서 시작한 홍역이 경북과 경기도에서 집단 유행한 데 이어 서울, 전남 등에서도 1건씩 발생했다. 보건 당국은 대구·경북과 경기도 안산에 생후 6~11개월 영아에 대한 홍역 예방접종 지침을 내렸다. 홍역은 국내 발병률이 매우 낮아 ‘사라진 감염병’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해외 유입사례가 잇따라 보고돼 주의가 요구된다.

질병관리본부는 21일까지 홍역 확진자 30명이 신고됐다고 밝혔다. 홍역이 집단으로 유행한 대구·경북과 경기도 안산·시흥에서 27명이 발생했다. 경기도 안양과 서울 동대문구, 전남 신안에서도 각각 1명이 확인됐다. 산발적인 3명은 모두 동남아 여행객이다. 질본은 “대구, 경기에서 번진 홍역 바이러스도 동남아에서 유행 중인 유전형”이라며 “각기 다른 경로로 해외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했다.

홍역은 2000년대 초까지 크게 유행했지만 2006년 이후 발생률이 인구 100만명당 0.52명으로 떨어졌다. 어린이 홍역 예방접종률은 1차 97.8%, 2차 98.2%다. 우리나라는 2014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홍역 퇴치국가로 인증받았다.

그러나 최근 해외여행이 늘어나면서 국외 감염에 따른 국내 전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위생 환경이 상대적으로 나쁜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뿐 아니라 예방접종률이 낮은 유럽에서도 홍역에 감염될 수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선 홍역 백신 2차 접종률이 85% 이하로 낮아 지난해 2000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했다.

홍역은 침방울과 공기로 전파돼 전염성이 매우 높다. 감염되면 7~21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친다. 초기 증상은 기침이나 콧물 등 감기와 비슷하지만 고열과 피부 발진을 동반하는 게 특징이다. 홍역 예방접종 시기가 안 된 12개월 미만의 영아나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 감염될 가능성이 크다.

질본은 홍역 유행 지역에선 생후 6~11개월 영아라도 1회 접종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엄태훈 여의도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대구·경북에 이어 안산에도 6~11개월 영아에 대한 1회 예방접종 지침이 내려졌다”고 했다. 1회 접종만으로도 93%의 감염 예방 효과가 있다.

질본은 “홍역 유행국가를 여행하기 전 홍역 예방백신을 2회 모두 접종했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2회 접종을 완료하지 않았거나 접종 여부가 불확실하면 출국 4~6주 전 최소 4주 간격으로 2회 접종을 완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