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의존도 높은 한국경제 직격탄… 이달 20일까지 대중 수출 22.5%↓

입력 2019-01-22 04:02
중국 경제가 주춤하면서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에 벌써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달 들어 대중(對中) 수출이 큰 폭으로 주저앉았다. 중국은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4분의 1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전통적으로 중국의 수입점유율 1위를 유지해온 나라는 한국이다. 정부는 총력 수출지원체제에 돌입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1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관계부처 차관급, 수출 지원기관, 업종별 협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민관 합동 수출전략회의를 열었다. 성 장관은 “선진국 경기와 세계 무역 성장세 둔화, 반도체 시황과 국제유가 하락 등이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총력 수출지원체제를 가동한다”고 말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수출은 257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6% 감소했다. 이 추세를 이어가면 지난해 12월(-1.3%)에 이어 두 달 연속 수출 감소세를 기록하게 된다. 두 달 연속 감소는 2016년 9월(-6.0%)과 10월(-3.2%)이 마지막이었다. 중국을 상대로 한 수출은 지난해 동기보다 22.5%, 금액으로는 19억3000만 달러 줄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사드 갈등’을 겪던 때만큼 올해 경영이 힘겨워질 것이라며 긴장하고 있다. 가공단계별로 봤을 때 중국에 중간재를 주로 수출한다는 점이 한국 수출의 발목을 잡는다. 중국은 한국에서 사들인 중간재를 토대로 미국에 완성품을 수출하는데, 미국과의 교역이 크게 위축됐다.

미국과 중국의 관세 인하 가능성이 거론된다고는 하지만 무역전쟁이 쉽게 마무리될 이슈는 아니며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한국은행 한 고위 관계자는 “고성장을 거듭할 때는 표면화하지 않았던 중국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성장률 둔화 국면에서는 부각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때 중국 경제를 불신으로 몰고 갔던 ‘그림자 금융’ ‘부동산 거품’ ‘기업부채’ 문제를 언급한 것이다. 이런 고질병들은 충분히 발생을 예상할 수 있음에도 간과하기 쉽다는 이유로 ‘회색 코뿔소’라 불려 왔다.

기업부채의 경우 국제 금융시장 경계감이 한껏 고조돼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당시 4조5000억 달러였던 중국의 기업부채는 지난해 2분기 20조3000억 달러로 4.7배가 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 비율은 253.1%를 기록하며 미국(248.9%)을 추월했고, 결국 금융위기의 시작점이라는 ‘민스키 모멘트’에 직면할 가능성마저 제기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영업활동으로 이자조차 상환하지 못하는 중국 기업을 전체의 15.5%로 추정한다.

중국 경제가 얼마나 큰 악영향을 미칠지는 ‘한국 경제의 종합성적표’ 격인 한은 경제성장률로 확인할 수 있다. 한은은 22일 지난해 경제성장률 속보치, 24일에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한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와 올해 모두 2.7% 성장을 예상했었다. 한은이 숫자를 내려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