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세대에 대한 걱정이 크다. 월간지 ‘교회성장’ 2월호 조사에 의하면, 목회자들이 가장 긴급하게 생각하는 문제가 다음세대이다. 인구 감소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현재의 감소 추세는 가히 절벽 수준이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머지않아 교회는 텅텅 빌 것이다.
다음세대를 위해 반드시 했으면 하는 것이 있다. 성경 역본을 바꾸는 것이다. 청소년은 물론이고 30대까지는 개역개정이 방언 수준이고 외국어와 다를 바 없다. 읽으라고 해서 읽지만, 당최 알아듣지 못하는 말이 난무한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나 바울이 친필로 쓰노니 내가 갚으려니와 너는 이 외에 네 자신으로 내게 빚진 것을 내가 말하지 아니하노라.”(개역한글 빌레몬서 1장 19절) 같은 구절이 개역개정에는 “나 바울이 친필로 쓰노니 내가 갚으려니와 네가 이 외에 네 자신이 내게 빚진 것은 내가 말하지 아니하노라”라고 적혀있다.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는가. 새번역으로 읽어보자. “나 바울이 친필로 이것을 씁니다. 내가 그것을 갚아 주겠습니다. 그대가 오늘의 그대가 된 것이 나에게 빚진 것이라는 사실을 나는 굳이 말하지 않겠습니다.”
성경이 아니라 성경의 번역본을 바꾸자는 말이다. 성경과 성경 번역본은 다르다. 시대마다 그 시대 사람들을 위해 성경이 번역됐다. 기원전 3세기, 히브리어를 알지 못하는 디아스포라 유대인들과 여호와 신앙에 관심을 가진 이방인들을 위한 번역이 칠십인경이다. 그 70인 역본이 기독교의 시작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라틴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성경은 불가타 역본이었다. 영어만 사용하는 이들에게는 영어 성경이 필요하다. 각 나라와 각 민족에게 그들의 언어로 성경을 읽어서 하나님을 만나게 해야 한다. 원어 성경도 라틴어 성경도 하나님의 말씀이다. 킹 제임스 역본만, 개역개정만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다. 이는 번역 성경이고, 가장 많이 사용한 역본이다.
따지고 보면, 히브리어로 기록된 구약이나 헬라어로 쓰인 신약도 원본일까, 번역일까. 하나님의 언어는 어떤 언어일까. 히브리어? 헬라어? 모든 민족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언어를 두 언어로 축소할 수 없다. 유대인에게는 유대인의 언어로, 헬라인에게는 헬라의 언어로 말씀하셨다. 한국인에게는 한국말로! 다른 세대에게는 다른 번역본을!
한국교회의 시작과 성장엔 번역 성경이 있었다. 이 땅에 복음을 전하려던 선교사들은 입국이 번번이 좌절되자 성경 번역이라는 우회로를 걷는다. 대표적인 인물이 존 로스인데, 그는 한문이 아닌 한글을 번역어로 선택했다. 한문을 아는 일부 지식인이 아니라 모든 대중이 읽는 데 적합한 언어가 한글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어떤 번역본을 골라야 할까. 공적 예배와 개인의 읽기를 위한 성경은 공인된 번역본에서 결정해야 한다. 현재 개신교에는 개역개정과 공동번역, 새번역이 있다. 개역개정이 대세이기는 하지만, 젊은이들에게 접근성이 너무 떨어진다. 공동번역은 개신교회의 반감과 저항이 너무 거세다. 여전히 거부감이 있지만, 새번역이 좋다고 생각한다. 개역개정의 용어와 일치하고, 정확하고 쉬운 우리말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새번역이 마뜩잖다면, 개역개정과 같이 사용할 것을 권한다. 설교는 개역개정으로, 성경공부와 묵상, 읽기는 새번역으로 하는 것이다. 성경은 다양한 번역본을 비교, 대조하며 읽는 것이 최상이다. 개역개정 고수는 성경 고수가 아니라 기성세대 언어문화의 고수일 뿐이다. 번역본을 바꾸고 다양화하자.
마르틴 루터는 모세가 유대인이라는 것을 독일인들이 감쪽같이 속을 정도로 번역하길 원했다. 당대의 평민인 ‘재봉사, 구두수선공, 석공, 목수, 요리사, 급사, 농부’라도 성경을 읽는 데 아무 어려움이 없고자 했다. 초등학생과 청소년, 대학생에게 모세와 바울을 한국인으로 착각할 정도의 번역 성경을 읽혔으면 한다. 하나님이 청소년들의 언어로 말씀하고 싶어하시는데, 어른들이 걸림돌이 돼서야.
김기현 목사(로고스교회)
[시온의 소리] 다른 세대? 다른 번역!
입력 2019-01-22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