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초연금 부담으로 재정 위기 호소한 부산 북구청장

입력 2019-01-22 04:00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정명희 부산 북구청장이 지난 16일 기초연금 예산 국비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편지를 청와대 자치분권비서관실에 보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기초자치단체장이 청와대에 제도 개선을 요청하며 편지를 보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정 구청장은 편지에서 “북구는 재정 자립도 전국 최하위, 전국에서 둘째로 높은 사회복지비 부담 등 다중 재정고를 겪고 있어 사회복지비를 제외하면 인건비 등 경상경비를 편성하기에도 벅차다”며 “구청장의 역량과 직원들과의 합심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만큼 국가 부담을 더 확대해 달라”고 요구했다. 정 구청장은 “기초연금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65세 이상 노인의 기초연금에 대한 국가 부담분을 10~20%가량 늘려주고 장기적으로 북구 같은 지자체를 ‘복지특구’로 지정해 달라”고 호소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정 구청장과 통화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해 보자”고 말했다.

북구의 재정 상황과 복지비를 들여다보면 정 구청장의 편지 내용이 결코 과장된 것은 아니다. 올해 북구의 본예산 4125억원 가운데 복지비는 2945억원(71.4%)에 달한다. 북구의 복지비 비중은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현행 기초연금법에 따르면 지자체의 노인 비율이 낮을수록 기초연금 분담률이 1%에서 4%, 9%로 높아진다. 부산 지역 지자체 가운데 북구와 강서구만 분담률이 9%이고, 10곳은 4%, 4곳은 1%에 불과하다. 북구의 분담액은 79억5500만원으로 부산 지자체 가운데 가장 많다. 북구는 올해 예산에 공무원 인건비 중 130억원을 편성하지 못했다. 추가경정예산으로 인건비를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빚을 내서 공무원 월급을 줄 정도로 재정이 열악한 것이다.

이대로 방치하면 북구는 재정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재정 자립도가 낮은 다른 지자체들도 사정은 비슷할 것이다. 고령화가 심화할수록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공무원 월급도 제대로 주지 못하는 지자체에 혁신성장이나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복지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하려면 가장 먼저 재정 여력과 부담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 결코 포퓰리즘에 휘둘리면 안 된다. 중앙정부는 북구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합리적인 방향으로 복지정책을 조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