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인터넷은행 흥행 빨간불?

입력 2019-01-20 19:41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신규 인터넷전문은행 사업과 관련해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요 후보로 꼽히던 인터파크와 NHN엔터테인먼트가 사업에 뛰어들지 않기로 했다. 흥행을 주도할 ‘최대어’로 꼽히는 네이버는 여전히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신규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의 흥행에 ‘빨간불’이 켜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인터파크는 2015년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 선정 당시 아이뱅크 컨소시엄을 꾸렸으나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에 밀려 탈락했었다. 한 차례 신청 경험이 있어 이번에도 유력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지난 18일 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20일 “장기간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전자상거래 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사업 다각화보다 본업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인터파크와 아이뱅크 컨소시엄을 꾸렸던 NHN엔터테인먼트도 신규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을 추진하지 않는다. 두 업체 모두 오는 23일 금융감독원에서 열리는 인가심사 설명회에 불참키로 했다.

금융 당국은 설명회를 연 뒤 3월부터 예비인가 신청을 받는다. 하지만 현재까지 사업 추진을 공식화하고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는 곳은 키움증권뿐이다.

네이버도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만약 ‘네이버뱅크’가 출범하면 카카오뱅크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네이버는 자회사 ‘라인’이 대만과 일본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을 추진 중이다. 간편결제 서비스 네이버페이와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하지만 아직 사업 추진 여부는 물론 설명회 참석 여부도 정해지지 않았다. 금융 당국은 최대 2곳까지 인터넷전문은행 인가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대로는 1곳 출범도 빠듯해질 수 있다. 네이버가 참여하지 않을 경우 흥행 측면에서 관심도도 떨어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흥행 실패를 속단하긴 어렵다”며 “오는 3월 예비인가 신청이 시작돼야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업체들의 반응이 시들해진 이유는 뭘까. 업계에서는 국내 금융산업에 규제 강도가 여전히 높다는 인식, 카카오뱅크가 독주하는 상황에서 후발 주자로 참여하는 부담감, 인터넷전문은행의 수익성에 대한 의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터넷전문은행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카카오와 KT는 은행 지분을 34%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금융 당국의 한도 초과 보유 주주 심사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참여연대는 최근 논평에서 금융 당국 심사에 특혜성 판단이 작용해선 안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업체들로서는 카카오 등의 지분 확보가 원활히 진행되는지 확인하고 싶을 것”이라며 “은행 산업에 뛰어들면 초기 비용을 쏟아부어야 하고, 각종 규제나 리스크에 노출된다. ICT업체들이 굳이 감수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