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동시에 열린 프로배구와 남자농구 올스타전은 흥과 즐거움을 팬과 함께 나눈 자리였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인기를 반영하듯 일부 배구와 농구선수들은 그룹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 흉내를 내며 관중들의 환호성을 이끌었다. 선수와 감독들은 춤솜씨를 뽐내거나 각종 이벤트를 거뜬히 소화해 박수를 받았다.
V리그 올스타전이 열린 대전 충무체육관에서는 선수들의 숨겨진 끼가 마음껏 발산됐다. 서재덕(한국전력)은 올스타전서 프레디 머큐리를 패러디한 흰 민소매를 입고 영화에서처럼 “에~오!”를 외치며 관중의 호응을 유도했다. “올라이트(Alright)!”하며 공연을 끝낸 서재덕은 퀸의 노래 ‘위 윌 록 유’에 맞춰 서브를 넣어 관중들을 박장대소케 했다.
애칭과 별명을 올스타전 유니폼에 새긴 선수들은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코트 위를 열심히 누볐다. ‘서브팡다르’ 파다르(현대캐피탈)는 돼지 귀 머리띠를 낀 채 강서브를 날렸다. ‘1초 박보검’ 이재영(흥국생명)은 박보검 패널 옆에서 미모를 뽐냈다.
K스타와 V스타 팀으로 나누어 맞붙은 올스타전은 V스타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선수에게나 팬들에게 결과는 의미가 없었다. 선수들은 팬들과 아나운서 등과 하나로 어우러지는 플레이를 선보이며 경기장을 가득 메운 4702명의 팬들을 들썩이게 했다.
경기 자체도 볼거리가 넘쳐났다. 남녀 혼성으로 치른 2세트에서 파다르는 이다영(현대건설)의 날카로운 서브를 받아냈고, 고예림(IBK기업은행)은 남자 선수들도 받기 어려운 특유의 강스파이크를 꽂아 넣었다. 3세트 남자부 경기에선 단짝 서재덕의 공격을 블로킹한 전광인(현대캐피탈)이 상대 코트로 넘어가 서재덕을 약 올리기도 했다. 올스타전 MVP로는 서재덕과 이재영이 선정됐다.
선수들은 임시 감독도 변신했다. 1세트 V스타가 7-6으로 추격당하는 상황에서 뒷짐을 진 채 경기를 지켜보던 파다르는 직접 어나이(IBK기업은행)를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다. 파다르는 작전타임에서 어설픈 한국어로 “토스 조금 빠르게. 집중하자. 파이팅!”이라고 독려했다. K스타는 이에 맞서 서재덕이 감독 역할을 맡아 직접 몸으로 시범을 보이며 작전을 지시했다.
스파이크 서브 킹·퀸을 뽑을 때는 해프닝도 있었다. 최익제(KB손해보험)는 시속 115㎞의 서브를 넣어 서브 킹으로 선정됐다. 문제는 서브 퀸. 문정원(한국도로공사)이 최익제보다 10㎞가량 빠른 시속 124㎞의 기록적인 서브를 선보이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측정에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 결국 공식 서브퀸은 95㎞를 날린 마야(현대건설)로 변경됐다. 다만 이벤트성으로 문정원에 준 상금은 인정하기로 했다.
경남 창원에서 개최된 2018-2019시즌 프로농구(KBL) 올스타전도 팬을 위한 다채로운 행사로 꾸며졌다. 전태풍(전주 KCC)은 콧수염을 붙이고 ‘프레디 머큐리’로 분장하며 입장했다. 양홍석(부산 KT)도 아기 상어로 변신하며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2쿼터 경기장의 불이 꺼지자 선수들은 플래시몹 퍼포먼스를 펼쳤다.
조성민과 김종규(이상 창원 LG)는 홈팬들의 응원에 힘입어 각각 3년 만에 올스타전 3점슛, 덩크슛 콘테스트(국내 부문) 왕좌를 탈환했다. 특히 김종규는 화려한 덩크슛과 다양한 춤으로 끼를 발산해 창원실내체육관을 찾은 5215명의 팬들의 박수를 독차지했다. 팬들이 뽑은 ‘베스트 엔터테이너’에도 선정됐다.
최우수선수(MVP)는 40득점에 역대 올스타전 한 경기 최다 3점슛 신기록(10개)을 세운 마커스 랜드리(부산 KT·라건아 드림팀)가 차지했다. 앞서 전날에는 올스타 선수들과 84명의 팬이 서울에서 창원으로 함께 이동하는 기차여행을 했다. 팬들은 기차 안에서 선수와 식사, 레크리에이션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올스타 팬 투표 1위 양홍석은 “팬들과 즐겁고 색다른 추억을 쌓을 수 있어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전=방극렬 기자, 창원=박구인 기자 extreme@kmib.co.kr
난닝구 입은 프레디 머큐리… 배꼽 잡은 ★들의 잔치
입력 2019-01-20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