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중부 이달고주 틀라우엘릴판에서 18일(현지시간) 송유관이 폭발해 140여명이 숨지거나 부상을 입었다. 기름 도둑들이 석유를 훔쳐가기 위해 구멍을 뚫었던 송유관에서 폭발이 일어난 것이다.
오마르 파야드 이달고 주지사는 멕시코시티에서 북쪽으로 100㎞ 떨어진 틀라우엘릴판에서 일어난 대형 송유관 폭발화재 사망자가 73명으로 늘어났다고 19일 밝혔다. 부상자 74명은 여러 병원에 분산 수용돼 치료를 받고 있다. 게다가 실종자만 85명에 달해 사상자 수는 앞으로도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폭발과 화재의 위력이 커 사망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지 언론에는 사고 당시 몸에 불이 붙은 채로 뛰어가고 부상으로 괴로워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의 처참한 모습이 담긴 영상도 공개됐다. 완전히 불에 타 백골만 남은 시신들도 발견됐다.
멕시코 국방부는 폭발사고 발생 당일인 18일 기름 도둑들이 송유관에 구멍을 뚫었다는 신고를 받고 군인 25명을 송유관 인근에 파견했다. 하지만 현장에는 700여명의 주민이 송유관에서 쏟아지는 석유를 담을 양동이와 통을 들고 몰려들어 통제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멕시코 국방부는 군인들이 주민들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현장을 벗어난 사이 폭발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멕시코 검찰은 현장에 있던 주민의 옷에서 정전기가 튀어 폭발이 발생했을 수 있다고 보고 조사에 착수했다. 알레한드로 마네로 검찰총장은 “사고 발생 당시 송유관 주변에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고 그중 누군가 정전기를 일으킬 수 있는 합성섬유 의류를 입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에서는 송유관을 뚫어 석유를 훔쳐가는 일이 빈번하다. 멕시코 국영 석유기업 페멕스 측은 “석유 도둑들은 지난해에 30분에 한 번꼴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멕시코 당국은 페멕스가 운영하는 송유관에 구멍을 내거나 내부 직원들과의 공모로 몰래 빼돌려지는 석유가 연간 30억 달러(약 3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2010년에도 멕시코 중부 푸에블라주에서 기름 도둑들이 석유를 훔치는 과정에서 송유관이 폭발해 어린이 13명을 포함, 28명이 목숨을 잃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최근 기름 도둑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군인과 경찰 4000여명을 동원해 헬기 감시에 나선 상태다. 멕시코 당국은 특히 주요 송유관 가동을 중단하고 구멍 보수 작업을 벌이고 있다. 송유관 가동이 중단된 사이 정유공장과 유통센터에서 유조차로 일선 주유소에 석유를 공급하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는 석유가 제때 공급되지 않아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사고 발생 후 애도를 표하면서도 “석유 절도는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마르 파야드 주지사도 트위터에 “연료 절도에 연루되지 말라.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썼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멕시코 대형 송유관 폭발… 기름 훔치던 73명 사망
입력 2019-01-20 18:55